◇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이민아 옮김/396쪽·2만2000원·디플롯
“우리 종(호모사피엔스)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호모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다른 ‘사람 종’은 멸종했다. 호모사피엔스는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호모사피엔스가 생존투쟁에서 승리한 비결은 뭘까.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와 연구원인 저자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신체적으로 월등했거나 도구 사용에 가장 능한 종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에겐 타인과 협력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친화력이 있었다.
개가 인간 곁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친화력이었다. 저자의 개는 주인의 손짓을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한 뒤 먹이가 숨겨진 컵을 찾아낸다. 사람과 사이가 좋은 개들 사이에서 더 많은 번식이 일어나면서 개는 한층 더 사람과 잘 지내는 동물로 변하게 된다. 친화력이 없는 늑대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과 대조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다정하게 행동할수록 생존에 유리해진다. 저자들은 친화력을 상승시킨 호모사피엔스가 더 큰 무리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이룬 다른 종을 이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친화력의 이면에는 공격성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라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갖춘 자신의 집단과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친화력이 타 집단 및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적대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타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문자폭탄 테러를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인종·지역·이성 혐오 등 도처에 혐오가 도사리는 시대에 인류가 멸종하지 않을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해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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