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주연 배우 오만석
하루 김밥 한줄 먹으며 다이어트
“출연 승낙 순간부터 두려움 준 작품, 치유 받았다 말 들으면 그제야 안심”
조승우-이규형 등 번갈아 연기… “승우, 나보다 더 스마트한 배우”
형? 오빠? 아니, 그 ‘언니’가 돌아왔다.
끼와 흥이 넘치는 언니의 이름은 ‘헤드윅’. 자신의 헤어진 반쪽을 찾아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며 노래하는 이 트랜스젠더 로커는 2005년 국내 첫 공연 이후 13번째 시즌 동안 한국 무대를 찾았다. 무려 2300여 회 공연에서 지금껏 63만 명의 관객을 홀렸다.
뮤지컬 ‘헤드윅’을 거쳐 간 여러 헤드윅 배역 중 초연부터 작품을 이끌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린 1등 공신으로 ‘오드윅’ 오만석(46)이 꼽힌다. 원작의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과 주연까지 맡았던 존 캐머런 미첼과 가장 눈빛이 닮은 배우로 평가받는다. 오만석의 공연 영상을 접한 미첼이 “나보다 목소리도 좋고 더 예쁘다. 꼭 만나고 싶다”며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3일 만난 오만석은 “하루 한 끼에 김밥 한 줄을 먹는데 살이 안 빠져요. 힐 신고 드레스까지 입었더니 더 욕심나고…”라며 혹독한 다이어트 고민부터 털어놨다. 이어 “5kg을 감량해 현재 71kg인데 앞자리를 ‘6’으로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2시간 이상 무대를 이끌어가는 헤드윅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작품으로 유명하다. 주변에선 “힘쓰려면 이제 좀 먹으라”며 그를 나무라지만 “더 예뻐 보이고 싶다”는 오만석의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주인공이 되려면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법.
올해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제약이 생겼다. 그는 공연 중 객석에 ‘난입’하려다가도 “방역수칙 때문에 안 된다”며 뒷걸음질치고, 자신의 메이크업 자국이 묻은 휴지를 객석에 건네려다가도 “이것도 안 된다”며 도로 가져간다. 팔만 격하게 흔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관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환호성이 없는 헤드윅은 상상한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전보다 작품에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약으로 생긴 여백을 오만석은 자기 색으로 꽉꽉 채웠다. 의상팀에 부탁해 옷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붙은 듯한 소품도 달았다. 노래 가사도 고치고, 대사도 바꿨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도 감상할 수 있다.
“헤드윅이 사랑했던 연인 ‘토미’를 떠올리니 현실과 상상 사이의 벽을 뜻하는 ‘원더월’이란 노래가 떠올랐어요. ‘짙은 어둠 속을 지난 새벽’ ‘내 어지러운 절벽’이란 가사를 직접 쓰고 ‘∼벽’ 라임도 넣었는데, 눈치 빠른 분은 금방 알아차리겠죠?”
방송,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얼굴을 알린 그에게 2005년 헤드윅 첫 공연은 잊을 수 없다. 그는 “객석 등받이도 없는 200석 규모의 열악한 소극장이었다. 성소수자 얘기를 관객이 좋아할지 몰라 반신반의한 채 일단 무대에 섰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오만석은 “헤드윅은 출연 제의를 받는 순간부터 극한의 두려움이 몰려와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라면서도 “‘공연 보고 치유 받았다’는 말을 듣고 나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 두려움은 제가 다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와 함께 전설을 써내려간 ‘조드윅’ 조승우를 비롯해 이규형 고은성 렌이 헤드윅을 연기한다. 그는 “승우는 저보다 더 잘하는 스마트한 배우다. 처음 합류한 은성이가 ‘오드윅’을 정말 많이 봤다고 해서 여러 연기 포인트를 짚어줬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머리도 탈색하고 예열도 마친 그는 이미 헤드윅 그 자체였다. 연습실에서부터 힐도 여간해선 벗지 않기로 유명하다. “무대 의상인 블랙 원피스가 원래 제 옷처럼 편하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무대에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헤드윅’이자 ‘오만석’으로 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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