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의 라면 브랜드 중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열라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며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색 레시피를 내놓으면서다.
오뚜기가 1996년 출시한 열라면은 칼칼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을 앞세워 매운맛 라면 경쟁에 합류했다.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한 열라면은 2012년 리뉴얼을 시도했다. 리뉴얼된 열라면은 ‘열나게 화끈한 라면’이라는 제품 설명에 걸맞게 매웠다. 매운맛을 측정하는 기준인 스코빌 지수도 2995SHU에서 5013SHU로 높아졌다. 이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봉지면(4404SHU)보다 높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맛’까지 잡으면서 마니아층을 확보했지만, 오뚜기의 대표 상품인 진라면의 인기에는 한참 못 미쳤다.
열라면이 전환점을 맞은 건 지난해 말이다. SNS를 중심으로 ‘순두부 열라면’이라는 이색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그야말로 ‘역주행’에 성공한 것. 열라면과 순두부의 조합은 MZ세대 사이에서 ‘꿀조합’으로 주목을 받았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혼자산다’에서도 레시피가 소개됐을 정도다.
그 결과 수년간 2조 원대 안팎에 머무르며 정체기에 빠진 라면 시장에서 열라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특히 열라면은 오뚜기의 봉지면 제품 중 유일하게 3개년 연속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오뚜기의 자체적 노력도 있었다. 오뚜기는 열라면 특유의 매콤함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지난해 10월 ‘열려라 참깨라면’ 봉지면을 출시했다. 열라면의 매운맛과 참깨라면의 고소함을 결합한 라면이다.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4월엔 해당 제품을 용기면으로도 내놓았다. 또 열라면의 매운맛을 만두로 구현한 ‘열라만두’도 지난 3월 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국내 라면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고자 제품의 맛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세분화된 수요를 고려한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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