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법리적으로 따져도 위헌적… 징벌적 손배,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03시 00분


박용상 前 언론중재위원장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악법으로 정부 비판적 보도에 징벌을 가하고 싶은 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이번엔 피해액의 5배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액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77·사진)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위헌 요소가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기본법 제정에 참여했지만 이후 이를 잘못으로 인정하고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주요 신문사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신문법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정치적 의도를 떠나 순수하게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위헌적”이라며 통과돼도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영미법에는 한국의 법체계와 달리 형법상 모욕죄 처벌도 없고 명예훼손죄는 사문화됐다. 정정보도 청구권과 반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반면 우리 법에는 기존 구제책들이 있는데도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법체계 측면에서 박 변호사는 “징벌은 형법의 고유한 기능인데, 민법의 손해배상에 징벌적 기능을 넣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한국과 비슷한 대륙법 체계의 독일은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채권자가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더라도 독일 내 집행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개정안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다각도로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피해자에게만 5배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면 언론사의 다른 채권자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며 “법관에게 재량이 있는 법체계에서 배상액의 불확실성이 더 커져서 언론 종사자가 다른 직업보다 차별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논란만 가중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질적인 언론 피해 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은 포털에서 기사 검색이 되지 않도록 포털 사업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등 달라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실질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중재법#위헌적#징벌적 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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