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바로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이다. 원시림과 기암괴석, 희귀 멸종위기 동식물의 자생지로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를 다녀가지만 대부분 육지 풍경만 보고 돌아간다. 물속에 감춰진 울릉도의 수중세계는 더 넓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8월 초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며 바닷속 세계를 탐험했다.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을 때 “지구의 70%는 물이다. 평생 모르고 지내왔던 70%의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해안 절벽에서 만난 부시리 떼와 춤을
지난해 아내가 제주해녀학교에 다닐 때 나도 휴가 때 내려가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다. 이후 대학 동기들과 함께하는 스킨스쿠버 동호회에 참가해 동해와 남해, 제주 바다에서 30여 차례 다이빙을 했다. 국내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각광받는 울릉도를 찾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다이빙 연습을 하며 가슴이 설렜다.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독도와 울릉도는 수심 2000m가 넘는 심해에 둘러싸여 있다. 송곳처럼 생긴 지형의 특성으로 해안선 가까이에도 수심이 깊어 배 타고 5km만 나가도 수심 1000m의 심해에 이른다. 울릉도의 다이빙 포인트는 죽도, 관음도, 공암(코끼리 바위), 대풍감 같은 유명 관광지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해변에 꽂힌 기암괴석과 주상절리(화산재가 기둥 모양으로 굳어 쌓여 있는 암석) 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다.
울릉다이브리조트의 선장님이 “울릉도 최고 포인트”라고 소개한 ‘능걸’에 도착하자 절벽 밑으로 다이버들이 차례로 입수했다. 물속으로 20, 30m 하강하는데 수중에서도 지상과 똑같은 90도 가까운 직벽이 이어진다. 절벽을 한쪽 어깨 방향에 두고 조류를 타면서 천천히 섬 주변을 돈다. 필리핀 보홀 등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월(Wall) 다이빙’이다.
20, 30m 앞까지 훤히 보이는 시야를 자랑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대형 바닷말류(해조류)인 대황과 감태숲이다. 강릉이나 양양 앞바다에 입수했을 때는 산호와 해조류가 없어 사막화된 하얀색 바위가 많았는데 울릉도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력이 넘치는 원시림 계곡이다. 대황숲은 물고기들이 숨어 살 수 있는 은신처이자 전복, 소라의 먹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해조류이다.
대황숲 사이로 자리돔, 파랑돔, 돌돔, 쥐치, 놀래기, 볼락 같은 물고기 떼가 끊임없이 지나간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물회로 먹는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이 왜 울릉도에 있을까? 북태평양의 구로시오에서 발달해 제주도와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쓰시마난류를 타고 온 자리돔이다. 파랑돔, 줄도화돔 같은 열대성 어류는 겨울이 되면 사라지지만 자리돔은 겨울철에도 울릉도 수중 바위틈에 머문다고 한다.
자리돔과 숨바꼭질하며 물속 계곡을 넘나들다 거대한 부시리 떼를 만났다. 은빛 몸통에 노란색 꼬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부시리. 방어와 더불어 ‘채널A 도시어부’에 자주 나온 물고기를 여기서 만나다니…. 수백 마리의 부시리 떼 사이로 고프로(수중 액션캠)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물고기 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가이드를 맡은 원용석 다이빙 강사(테마스쿠버)는 “수중에서 물고기 떼를 만났을 때 다이버가 그 안에 들어가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가 나를 감싸고 회오리바람처럼 돌며 묘한 질서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 앞에서도 전갱이 떼를 만났다. 수심 15m가량의 물속에서 테트라포드가 마치 미래의 수중도시처럼 펼쳐져 있던 곳에 수천 마리의 전갱이 떼가 놀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내가 전갱이를 따라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와 나를 감싸고…. 물고기와 추었던 ‘밀당’춤은 오랫동안 눈에 선한 여운으로 남았다.
●심해에 핀 해송(海松)과 동굴 탐험
애국가의 가사대로 동해물이 마른다면 울릉도와 독도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울릉도는 해저면부터 최고봉인 성인봉(986.5m)까지 약 3300m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는 2300m에 이르는 뾰족한 해저산의 정상부에 송곳처럼 뾰족한 두 개의 봉우리다. 울릉도의 44개 부속섬 중 가장 큰 죽도는 주민 김유곤 씨(53) 가족이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유인도다. 죽도 앞바다에 들어가 보니 해저 40m 지점에 눈송이처럼 하얀 백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 희귀 산호다. 해송 군락 근처에는 강렬한 붉은빛의 부채뿔산호와 해면류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수중 경관을 뽐냈다. 그런데 절벽에 피어 있는 해송을 찍기 위해 한 바퀴 도는 순간, 절벽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심해 바다를 보고 가슴이 떨려 재빠르게 이동했다.
죽도,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 부속섬인 관음도는 요즘 관광지로 핫하게 떠오르는 섬. 해안도로에서 연륙교로 이어진 관음도는 삼선암의 절경을 감상하며 4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관음도 동북쪽 해안절벽에는 높이 14m가량의 ‘관음 쌍굴’이 있다. 이곳의 물에 뛰어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관음 쌍굴의 절벽이 마치 거인의 근육질 몸처럼 보여 위용이 대단했다.
울릉도는 죽도 콧구멍, 관음 쌍굴, 거북바위 가재동굴, 학포케이브 등 해저동굴 다이빙의 명소이기도 하다. 물속에서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면 동굴이 이어진다. 바닥에는 지름 2, 3m의 커다랗고 둥근 알처럼 생긴 바위들이 널려 있고, 그 사이를 떠다니는 줄무늬가 예쁜 돌돔과 거대한 해파리들!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비로운 푸른빛과 어둠이 대비되면서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다. 임신원 강사(NASE 코리아)는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울릉도는 동남아 부럽지 않은 다양한 수중세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맛집: 울릉도 바닷속 절벽은 딸기산호, 부채꼴산호 등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다. 수중 20m 암벽에는 어른 주먹만 한 홍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도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보배식당은 울릉도의 별미 ‘홍합밥’을 정갈하게 지어낸다. 자연산 홍합을 넣어 만든 밥에 김과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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