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독소조항을 여럿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대표적인 위헌 조항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시민의 언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헌법가치를 짓밟은 장치들로 보고 있다. 이들 조항의 위헌성과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개정안 30조의2 1항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손배와 관련해서는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한다고도 되어 있다.
언론 및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법 조항에 들어 있는 문구들의 개념이 모호하고, 기존 법률에 언론 피해 구제 장치들이 있는데 언론사에 대해서만 과잉 처벌을 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은 손해배상 사유가 되는 ‘언론 등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등을 통해 보도하는 행위’(개정안 2조 17의3)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허위와 조작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에는 날짜 등 단순한 사실관계의 오보도 포함할 수 있는데 이런 것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비판이 집중되는 대목은 배상액을 손해액의 5배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우리나라 법체계와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동원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법체계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복수의 피해 구제책이 있는데도 또다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로 피해 회복을 구할 수 있고,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가해자에게 처벌을 가할 수도 있다. 형법의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과 사실 표현에 따른 명예훼손 모두를 처벌한다. 여기에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 청구 등 반론권도 보장하고 있다.
대륙법계 체계를 택하고 있는 한국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영미법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승선 한국언론법학회장(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올해 2월 헌법재판소가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일반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법체계를 감안했기 때문”이라며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유지하면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법체계적으로 충돌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 등을 감안해 민주당은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문 교수는 “국내 법체계에서 민법상 손해배상의 원칙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원상복구 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5배 배상뿐 아니라 배상액 산정에 언론사의 매출까지 고려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 규제”라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는 “언론사만 다른 배상 책임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언론 피해자에 대해서만 언론사의 매출까지 고려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피해자)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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