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 오래다. 특히 디자인이 가미된 소품과 가구를 배치해 실내 분위기를 전환하는 이들이 많다. 인테리어 공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 진행한 뒤에는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마음먹고 산 소품이 금방 질리기도 하고, 디자인이 아름답더라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적 감각이 보증된 전문가의 디자인이 가미된 소품을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특히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추구하면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축가가 디자인한 소품은 기능성과 심미성을 두루 갖췄을 확률이 높다. 이달 Q는 건축가가 디자인한 고급 소품들을 소개한다.
알토화병-튤립의자… 집안 어디에 놔도 ‘찰떡이네’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그릇-투명 유리 화병
건축가의 디자인이 가미된 대표적인 소품으로는 246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이 올해 출시한 ‘로얄 크리처스’를 꼽을 수 있다. 건축가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 듀오 감프라테시와 수년간 협업을 거쳐 만들었다.
덴마크를 둘러싼 해협을 상징하는 로얄코펜하겐 로고의 세 개의 물결 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로얄 크리처스는 ‘바다로의 탐험’을 주제로 백조부터 청어, 복어, 게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의 모습을 장인의 섬세한 붓질로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만큼 특유의 균형미도 담았다. 새로운 컬렉션이 대개 자신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로얄 크리처스는 기존 로얄코펜하겐의 컬렉션들과 함께 배치됐을 때도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디자인 패턴의 비율까지 맞춘 것이다. 덕분에 기존 컬렉션을 사용해왔던 소비자들은 로얄 크리처스로 조화로우면서도 한층 더 풍성한 테이블을 연출할 수 있다.
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그동안 그릇이 음식을 담는 단순한 용기였다면, 지금은 식사 공간에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차별화된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딸라의 ‘알토 화병’도 건축가의 손길이 스친 소품이다. 1937년 출시 이후 세대를 이어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알토 화병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거장인 알바 알토가 핀란드의 호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알토 화병은 이딸라만의 색조 배합 기술을 통해 생생하면서도 맑은 유리 본연의 색채를 영롱하게 구현해냈고, 하나의 색상 안에서도 빛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조의 음영을 만들어낸다. 화병 자체가 온전한 하나의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꽃을 꽂지 않거나 한두 송이의 꽃 또는 줄기를 무심하게 걸쳐만 놓아도 공간에 생생한 존재감을 부여한다.
알토 화병은 이딸라 장인들의 마우스블론 방식을 통해서만 생산된다. 한 개의 화병을 만들기 위해 7명의 장인이 섭씨 1100도의 온도에서 10시간 동안 12단계의 작업 과정을 해 나가야 한다.
이딸라는 올해 브랜드 탄생 140주년을 맞아 알바 알토와 함께 작업했던 디자인을 복원해 한정판 화병을 출시하기도 했다. 색상은 모스 그린, 코퍼, 다크 그레이, 클리어 등 총 4가지 다.
독보적 존재감 나타내면서도 주변 밝히는 조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조명도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루이스폴센의 ‘AJ 플로어’는 덴마크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이 1957년 코펜하겐의 SAS로얄호텔을 위해 설계한 조명이다. 지난해 SAS로얄 호텔 개장 60주년을 맞이해 도입된 ‘AJ 테이블 미니’는 창틀, 침대 사이드 테이블 또는 일상적인 가구와 잘 어울리도록 집을 연출해준다. 오리지널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으로 도입된 ‘AJ 램프’ 버전은 조명의 미니멀하고 독특한 모양이 빛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아르네 야콥센의 디자인 철학에 따른 것이다.
루이스폴센의 ‘PH 아티초크’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포울 헤닝센이 1년여의 시간을 들여 1958년 디자인한 조명이다. 솔방울처럼 생긴 국화과 식물 아티초크를 원형으로 설계한 72개의 잎사귀 사이로 빛이 각기 다른 각도로 뻗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눈부시지 않으면서 모든 공간을 밝혀주는 절묘한 디자인으로, 조명을 켰을 때 빛이 아름답게 번지도록 했다.
구조적 안정감 제공하는 의자
가구 중에서는 핀란드 출신의 미국 건축가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한 놀(Knoll)의 튤립의자를 눈 여겨볼 만하다. 봉긋한 등받이 아래로 줄기처럼 매끈하게 뻗은 기둥형 다리가 특징으로, 기존 의자와 달리 다리 하나가 마치 건물 기둥처럼 의자 전체를 받치는 구조로 돼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발표회장에서 앉아 유명해진 의자인 카시나 ‘LC3’의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 의자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 등이 디자인한 것으로, 비례와 조화, 기능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그 자체로 ‘작은 건축물’로 인정받는다. LC3와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LC2는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완벽한 정육면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총 5개의 직사각형 쿠션을 마치 코르셋으로 조이듯 강철관 프레임으로 구조를 만들어 편안함을 제공한다. 르코르뷔지에가 추구한 디자인의 합리성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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