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뭐입지?]‘땀나는, 탐나는’ 스웨터의 계절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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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어부 그물 모양서 유래… 바람 막아주고 방한 효과 우수
19세기엔 수상 스포츠 복장으로… 20세기 들어 패션 아이템 부상
실용성-멋 두루 갖춰 큰 인기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코로나가 바꾼 많은 것들 중 패션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무엇보다 편안함을 우선순위에 두는 기조가 아닐까 한다. 이른바 ‘WFH(Work from Home)’가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일상복과 근무복을 겸하는 데 손색이 없는,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아이템들이 급부상했다.

특히 다양한 니트(Knit) 조직의 스웨터 아이템은 편안한 신축성과 포근한 촉감으로 사계절 만능 패션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편물을 총칭하는 니트는 지금은 잊혀진 영국의 고대 언어인 색슨(Saxon)어의 ‘니탄(Cnytt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7세기 이집트의 유물 속에서도 편물 조직의 양말이 발견될 정도로, 짜임 조직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가 흔히 스웨터라고 부르는 대표적 니트 아이템의 원형은 14세기경 스웨터라는 이름조차 없던 시절, 북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어느 어머니들이 먼바다로 나가는 남편과 아들들을 위해 북해의 습하고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어부들의 그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손으로 짠 옷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로가디스
스웨터는 양모에 함유된 기름 성분으로 물에 젖어도 보온성을 가진다는 점 때문에 어부들의 방한복으로 널리 활용됐다. 아일랜드의 아란(Aran) 지방에서 전해진 클래식한 케이블 조직의 아란 스웨터(Aran Sweater)는 마을마다 특유의 짜임을 넣어 만들어졌다. 유사시 폭풍우와 사투를 벌이다 실종된 선원들을 되찾는 경우, 짜임 조직으로 출신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웨터라는 명칭은 ‘입으면 땀(sweat)을 내는(-er)’의 의미로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어부들의 방한복으로 시작된 이유 때문인지 스웨터는 19세기 말 조정과 요트 경주 등 수상 스포츠 종목에서 유니폼으로 먼저 입혀졌다. 뒤이어 테니스와 크리켓, 골프 등 활동성이 필요한 다양한 필드 스포츠로 확산되면서 명실상부한 스포츠웨어의 대표 아이템이 됐다. 스웨터는 체온 보호와 활동성을 보장하며 그 이름에 걸맞게 필드 위에서 뛰고 달리며 땀을 흘렸을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1926년 잔 랑방이 활동적인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스웨터를 자신의 컬렉션에 도입한 이래, 샤넬을 비롯한 당대의 유명 디자이너들도 앞다퉈 패셔너블한 스웨터를 하이패션으로 소개했다. 신축성과 보온성을 자랑하는 실용적 아이템이었던 스웨터는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편물기 개발과 함께 장식을 더한 세련된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는 풀오버 스웨터와 카디건으로 세트 구성된 이른바 트윈 셋(Twin Set)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간결하고 심플한 니트 스웨터는 현대적인 모던함까지 갖춰 지금까지도 실용성과 멋을 두루 갖춘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호
올가을은 오랫동안 캐주얼한 무드를 이끌어온 맨투맨이 스웨터에 그 자리를 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로고나 팀 넘버를 새긴 클래식한 스웨터는 경쾌함과 세련된 멋을 동시에 제안한다. 스포티브 무드의 스웨터 차림은 일상생활은 물론 테니스 룩으로도 활용 가능하고, 뜨겁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붐에 편승해 필드에서도 클래식한 멋을 보여줄 수 있다. 윈저공이 필드 위에서 첫선을 보이며 이슈가 되었던 클래식한 페어아일(Fair Isle) 스웨터는 현대적인 컬러감과 조직감을 더해 여전히 멋진 골프 룩으로 손색이 없다.

기술의 개발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소프트한 촉감은 스웨터의 큰 매력이다. 가볍고 따뜻한 촉감을 위해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캐시미어나 알파카, 모헤어 등 함량이 높은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섬세하게 뽑아낸 코튼과 리넨 원사를 울과 섞어 짠 가볍고 따뜻한 트윈 셋은 울스웨터의 까슬까슬한 느낌을 싫어하는 경우에 좋은 대안이 된다. 심플한 트윈 셋에 짧은 진주 목걸이를 더해 클래식한 우아함을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

플랜씨
전통적으로 스웨터는 지퍼나 후디와는 거리감이 있는 듯 여겨지나, 레트로 스키웨어에서 유래된 하프 집업 스웨터는 칼라 형태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 이번 시즌 유행 아이템으로 꼽힌다. 느슨하게 후드를 단 캐시미어 스웨터는 여유로운 컴포트 룩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이번 시즌 눈여겨보아야 할 스웨터 중 하나다.

아침저녁으로 벌써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올가을에는 스웨터가 따뜻하다 못해서 땀을 나게 하는 본연의 이름값을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클래식한 매력을 뽐내는 패셔너블 아이템으로도 널리 사랑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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