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에 사복 입은 군인…탈영병 잡는 ‘DP’,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14시 15분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한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들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내무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한준희 감독.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6부작 드라마 ‘D.P.’를 알리는 자리였다.

DP는 ‘Deserter Pursuit’(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줄임말이다. 실제 대한민국 육군에 실제로 있는 헌병 보직인데, 주로 조장과 조원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이 차출되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은 채 군대 밖을 다니기에 군필자들에게도 낯선 존재다. 이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지만 ‘D.P.’만큼은 기대작이라는 분위기다.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원작부터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 등을 만든 감독,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배우진 모두 화려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D.P 개의 날’(2015년)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캐릭터는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조장이던 준호를 상병이 아닌 이등병으로 설정했다.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리며 적재적소에 유머를 가했다. DP로 군 복무한 경험을 살려낸 원작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에 참여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신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무반을 옮겨다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탓에 극 중 캐릭터 이름 대신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한 주조연 배우들도 많았다고 한다. 정해인은 “실제로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숨은 노력들도 있었다. 권투를 했던 이력 때문에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실제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길 원하셔서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고증을 채워갔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제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실제 군 복무 때 부대 소대장이었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 거의 모든 씬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 스토리에 무게를 많이 뒀다. 끄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 중심으로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은 아파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럼에도 극복하는 지점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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