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만의 앙상블 ‘포 비올라’에 출연하는 네 남성 연주자. 왼쪽부터 이승원 김규현 김세준 문서현. 목프로덕션 제공
“비올라만 네 대?”
미안한 얘기지만, 비올라가 주목받는 악기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큰 바이올린이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음색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정도.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불꽃 기교’를 자랑하는 일도 드물다.
그런 비올라 네 대가 앙상블을 펼친다. 9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르는 ‘포 비올라’ 콘서트다. 영어로 ‘for violas’(비올라를 위하여)이지만 ‘four violas’(비올라 네 대)이기도 하다.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비올라 교수 이승원과 노부스 콰르텟 단원 김규현, 독일 하노버 NDR 라디오 필하모닉 비올라 수석 김세준과 아벨 콰르텟 단원 문서현이 호흡을 맞춘다. 이승원은 전 노부스 콰르텟 단원, 김세준은 전 아벨 콰르텟 단원이다.
“해외에서도 비올라만의 앙상블은 흔치 않아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 네 명이 유튜브에 올린 연주를 보고 콘서트를 착안했습니다.”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김규현의 설명. 그는 “네 연주자가 두 현악4중주단(콰르텟)으로 묶일 뿐 아니라 모두 독일에서 공부해서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앙상블에서 선율을 맡는 일은 적지만 의외로 비올라의 팬은 적지 않다. 김규현은 “첼로가 사람 목소리와 닮았다는 평이 많은데, 실제로는 비올라가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와 더 비슷하다. 연주하다 보면 남자들이 서로 흥얼흥얼하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비올리스트들은 자주 심술궂게 들리는 질문과 마주친다. ‘왜’ ‘하필’ 묻히기 쉬운 비올라를 연주하게 되었을까. “흔한 경우인데, 저도 바이올린을 먼저 했어요. 대학에서 현악앙상블 수업을 하는데 비올라 숫자가 적어 바이올리니스트 몇 명이 비올라 파트에 들어갔죠.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지판(指板)을 짚는 방법이 같아 바꿔 연주하기 쉽다.) 비올라의 점잖고 여유로운 느낌이 좋더군요. 제 ‘한량’ 기질에 맞았나 봐요.(웃음)”
음악가들 사이에선 각자의 악기를 희화화한 ‘악기 조크’가 많다. 비올라 조크는 그 숫자와 도발성에서 압도적이다. ‘한 선율로 화음을 내려면?’ ‘비올라로 두 사람이 연주하면 된다’는 식이다. “비올라가 선율을 적게 담당하다 보니 기량이 떨어지는 연주자가 맡는 경우가 있었죠. 상대적인 얘기일 뿐, ‘상처받지 않고’ 웃고 넘어갑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바흐 ‘샤콘’ 편곡판으로 시작해 바로크에서 낭만, 현대곡까지 각 시대를 망라하는 일곱 곡을 연주한다. 김규현은 바로크 작곡가 마랭 마레가 작곡한 스페인풍의 ‘라 폴리아’를 주목해 보길 권했다. “현대 작곡가 녹스가 비올라 네 대용으로 편곡한 버전이죠. 프랑스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
그는 마침 비올라를 듣기 좋은 계절이 온다고 말했다. “비올라 소리는 ‘트렌치코트 입은 듯한’ 가을 느낌과 잘 어울리죠. 선선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때, 네 남자가 들려주는 ‘가을 목소리’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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