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폐막한 제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박재홍(22)과 김도현(27)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박재홍은 1위 외 실내악 특별상, 부조니 작품 연주상, 앨리스 타르타로티상, 건반악기 트러스트상 등 4개 특별상을 휩쓸었다. 김도현은 현대작품 최고 연주상도 받았다. 3위는 오스트리아의 루카스 슈테르나트가 수상했다.
부소니 콩쿠르는 1949년 시작돼 외르크 데무스, 마르타 아르헤리치, 개릭 올슨 등 유명 연주자들을 우승자로 배출해 왔다. 한국인으로는 문지영이 2015년 첫 우승을 차지했고 서혜경(1980년) 이윤수(1997년)가 1위 없는 2위, 조혜정(2001년) 원재연(2017년) 2위, 손민수(1999년) 임동민(2001년) 김혜진(2005년)이 3위 수상자에 올랐다.
올해 우승자 박재홍은 201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음악과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올해 5월에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주최 ‘파이브 포 파이브’ 시리즈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을 협연했다.
수상 후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박재홍은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 끝까지 우승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이 콩쿠르에 처음 도전해 본선에서 탈락한 뒤 2년 동안 치열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소니 콩쿠르는 오케스트라 협연, 실내악 연주 등 피아니스트로서의 종합적 역량을 평가하는 게 특징”이라며 실내악 경연에서 브람스 피아노5중주를 연주해 실내악 특별상을 받으면서 본상 상위 입상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결선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골랐다. 연주시간만 약 45분이 걸리며 온갖 난기교가 동원되는 작품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이 곡을 듣자마자 반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경험도 있어 쉽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을 소진시키는 라흐마니노프 곡에 걸맞게 ‘피지컬’이 출중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키가 187㎝다. 부모님이 체격이 크게 낳아주셨는데 덕분에 무대 위에서 나오는 존재감이 있다. 손도 커서 12도(도에서 다음 옥타브 파)까지는 편하게 짚는다”며 웃었다.
그는 “자기 개성을 표현하기보다 작곡가의 생각을 옮기는 ‘메신저’ 같은 연주자가 되고 싶다”며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선생님께 9년째 많은 것을 배워왔다. 선생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2등상을 수상한 김도현은 서울대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클리블랜드 음악원 전문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번 결선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선택했다. 그는 “안 틀리기보다 내 음악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실수를 많이 했는데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콩쿠르 결과 박재홍은 1위 상금 2만 2000유로(약 3020만 원)와 실내악 특별상 부상으로 2023년 슈만 콰르텟과 투어 협연 기회를 얻게 됐다. 김도현은 2위 상금 1만 유로(약 1370만 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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