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상일교회 손석일 목사(53)는 국내 개신교계에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한양대 공업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A&M대에서 토양오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공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뒤늦게 목회자의 길을 걸었고, 높은뜻숭의교회 부목사를 거쳤다. 9일 상일교회에서 그를 만났다.
―환경공학 박사 출신 목회자는 처음 만난다.
“환경공학 박사는 아직 교단(예장 통합)에 없다고 하더라. 한양대, 스탠퍼드대, 장신대에서 석사를 했는데 3개의 석사학위가 있는 목회자도 드물 것 같다(웃음).” ―환경공학은 유망 분야 아니었나.
“1994년 미국 유학을 떠나 2002년 귀국했다. 항상 전망만 좋고, 1997년 외환위기 등 어려운 시절에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게 환경 분야다. 과거에 비하면 기업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라돈 침대나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됐다.” ―공학자에서 목회자로, 쉽지 않은 결단이다.
“처음에는 평신도 사역자로 살 생각이었는데 점점 확신이 커졌다. 요한복음 15장에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는 구절이 있다. 큐티(QT) 중 이 구절을 떠올리면서 기도했는데 하나님의 나를 향한 부르심은 목회자라는 결론을 얻었다.”
―목회자의 길은 어땠나.
“신학대학원에 진학할 무렵 내게 주어진 행운이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님과의 만남이다. 그곳과 나중에 분립한 높은뜻정의교회에서 특별전도사와 부목사로 일하면서 목회자로 바로 서게 됐다.”
―상일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6·25전쟁 뒤 1954년 영락교회 전도단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스스로 세운 교회다. 출석 신자 500여 명으로 신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 지역을 터줏대감처럼 지켰다. 우리 교회는 고덕천 게내 옆 언덕 위에 세워져 열매 맺고 이웃에 그늘도 제공하는 고목 같은 교회다.”
―환경공학과 목회는 연결점이 있나.
“신학대학원 면접 때 환경공학과 목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때 ‘환경공학은 오염된 환경을 하나님이 만드신 모습으로 회복하는 일이고, 목회는 사람을 하나님이 만드신 모습대로 회복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공통점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영혼구원은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제 그 역할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이웃, 나아가 환경까지 돌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부와 목회 중 무엇이 더 어려운가.
“당연히 목회다. 혼자 열심히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목회는 관계의 종합예술이다. 선배 목사님들이 대단하신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겠나.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경영, 경제뿐 아니라 드물게 공학 분야 전문가도 스카우트해 면접에 참여했다. 면접관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하나님을 믿은 것’이라고 했다. 정답이 아니었는지 떨어졌다, 하하. 나중에 목회자의 길을 결정하면서 ‘하나님이 목회자 중 드문 공학박사 출신을 스카우트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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