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최초로 고음악학과를 예술전문사(대학원) 과정에 개설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고음악 페스티벌을 연다. 27∼30일 한예종 내 이강숙홀에서 나흘 동안 네덜란드 초기 바로크 작곡가 얀 스베일링크(1562∼1621·사진)의 작품을 주제로 축제를 개최한다. 각각의 연주회는 한예종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한다.
고음악이란 바로크 이전 음악을 작품이 나온 시대의 악기와 연주관습대로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한예종은 2000년부터 오자경 교수(기악·오르간 전공) 주도로 바로크 연주법과 실내악 수업을 개설하고 고음악연구소를 설립해 고음악 학과를 준비해왔다.
첫날인 27일 오르간 독주회를 여는 오 교수는 ‘올해 서거 400주년을 맞는 스베일링크는 북스테후데에서 바흐로 이어지는 북독일 오르간 악파의 선구가 된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당시 네덜란드가 가톨릭에서 칼뱅파 신교로 바뀌면서 교회에서 오르간을 사용하지 않게 됐죠. 이때 스베일링크가 처음으로 종교적 목적이 아니라 오르간만을 위한 독주회를 열었고, 당시 무역으로 번성하던 암스테르담에 독일 음악가들이 와서 제자가 되었습니다.”
페스티벌 첫날 순서인 오자경 오르간 독주회는 죽음을 애도하는 스베일링크의 ‘내 젊은 생은 이제 끝났네’로 시작한다. 스베일링크의 독일인 제자가 전해준 세속 노래를 바탕으로 한 곡이다. 이어 바흐의 임종 코랄인 ‘주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며’를 연주한다. 오 교수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강숙 초대 한예종 총장을 추모하는 뜻에서 연주곡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28일에는 젊은 오르가니스트 안효주와 박준호의 스베일링크 리사이틀이 열린다. 29일엔 전문사 고음악 전공 재학생들이 스베일링크 시대의 악기로 스베일링크와 그의 제자, 동시대 음악가의 곡들을 현악과 관악, 합창까지 더한 다채로운 무대로 꾸민다. 30일에는 한예종에서 오르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암스테르담 음악원 피터르 판데이크 교수와 온라인으로 가진 마스터 클래스의 성과를 무대에 올린다.
올 3월 첫발을 뗀 한예종 예술전문사과정 고음악학과는 3년 과정으로 바로크 시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 트롬본, 비올라 다 감바(비올족 악기의 대표로 첼로와 비슷한 크기), 비올로네(바로크 콘트라베이스), 테오르보와 류트(바로크 시대 뜯는 현악기),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조상 격), 오르간 등 다양한 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리코더 전현호, 김규리, 바로크 바이올린 김지영, 비올라 다 감바 강지연, 쳄발로 김희정, 콘티누오(통주저음) 연주법과 역사적 조율법 이민주 등 실력을 인정받아 온 강사진이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오 교수는 “3, 4년 뒤에는 바로크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서 연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매년 고음악학과가 외국인 고음악 지휘자들을 초청해 프로젝트를 꾸밀 예정이며 이에 맞춰 다양한 주제의 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