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언론법, 언론자유 위축”… 징벌적 손배는 언급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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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고의-중과실 추정’ 뺀 대안 제시… 인권위 의견, 법안 강행 구색용 우려
野 “與, 언론사에 더 많은 책임 지워”

국가인권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17일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대표적 독소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허위·조작 정보를 정의한 규정 및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을 내놨지만 핵심 독소 조항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의 의견 표명이 여당의 강행 처리를 위한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이날 “언론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개정안 취지엔 공감하지만 일부 신설 조항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을 국회의장에게 의견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개정안의 허위·조작 보도 개념과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은 추상적이고 모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 비판적 언론 보도나 부패, 비리를 조사하는 탐사보도까지도 규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언론사가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지는 우리 법체계와 달리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해자와 언론사가 함께 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개정안 대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기존과 동일한 ‘손해액 5배 이내 배상’안과 ‘5000만 원 또는 손해액 3배 이내 배상액 중 높은 금액’이라는 수정안을 함께 제시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는 유지하도록 했다. 위헌적 조항으로 꼽히는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역시 일부 요건만 없애고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라는 모호한 규정을 남겨뒀다.

이날 인권위가 핵심 독소 조항은 그대로 둔 의견을 밝힌 동시에 민주당 역시 독소 조항을 고수함에 따라 인권위와 민주당이 짜맞추기식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인권위가 입증 책임을 분담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르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묻도록 하되 피해자의 입증 책임은 덜어 오히려 언론의 부담이 과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위의 입장은 국제 인권기구가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과 비교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달 27일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개정안은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론 보도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다”며 수정을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1일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고,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수정을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인권위가)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가며 반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대안은 언론사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인권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인권위의 우려 표명은 오늘 내놓은 민주당 대안을 보기 전에 나온 것”이라며 “그런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 수정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언론법#언론자유 위축#징벌적 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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