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취재할 때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2006년)가 떠올랐다. 다큐는 GM이 1996년 전기차 EV1을 출시하고도 내연기관에 밥줄이 달린 석유업계 등의 입김으로 인해 이를 폐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막 기사회생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2010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이처럼 바뀐 흐름을 주도한 건 2008년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한 테슬라였다.
미국 자동차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테슬라 성장에 감춰진 이면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서문에 밝힌 대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팬들의 ‘공공의 적’인 그가 쓴 책인 만큼 완벽한 균형을 바라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아이언맨’ 모델이자 테크업계 신화로 통하는 머스크와 테슬라의 한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저자는 테슬라가 정보기술(IT) 측면에서 편의성을 추구하느라 자동차의 기본인 안전성에 소홀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4년경 사고가 난 테슬라의 모델S 차량들에서 서스펜션 불량이 공통으로 발견된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수리비 할인 등을 대가로 테슬라가 고객들과 비밀유지 협약을 맺었다는 것.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조사를 사전에 차단해 리콜 조치를 막으려고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스마트폰 앱을 업그레이드하듯, 출시 후에도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테슬라의 ‘반복 엔지니어링(iterative engineering)’ 시스템도 안전성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신차가 시장에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규제당국이 특정 부품의 문제점을 추적하는 데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이는 어쩌면 IT 기반 테크 기업이 보수적인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때부터 예고된 태생적 한계가 아닐까. 제목의 루디크러스(ludicrous·터무니없는)는 순간 속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테슬라의 최고급 사양(루디크러스 모드)을 뜻하는 동시에, 이 회사의 이미지 과장을 비꼬는 의미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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