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타일 크레슨트(Fertile Crescent)는 고대 근동문명의 요람이 된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말한다. 1916년 미국 고고학자 제임스 헨리 브레스테드가 처음 언급한 이 단어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일대를 주로 가리킨다.
인문지리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교수, 한국도시지리학회장을 지낸 저자는 비옥하다는 수식어가 지역을 좁게 해석할 여지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퍼타일 크레슨트는 비옥한 토양의 메소포타미아 일대뿐만 아니라 터키,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인근의 500만 km²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포괄한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시각.
퍼타일 크레슨트를 유형별로 분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메소포타미아 중심의 하천 농업문명, 이집트의 하천형 석조문명, 소(小)아시아로 불리는 아나톨리아를 중심으로 한 고원형 융합문명, 페니키아 중심의 해양형 교역문명이 그것이다. 각 문명권에서는 지역이 갖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와 민족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저자는 “우리는 퍼타일 크레슨트에서 문명 간 상호작용에 의한 창의성, 융합성, 포용성, 진취성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지도와 깔끔하게 정리한 키워드가 책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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