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쓰고 있네 <1>] 웹소설 학원 입문반 수강생 성황
“정말 데뷔할수있냐” “장학생은…” 온라인 채팅창에 질문 쏟아져
강사 “성공 이정표 세워드리겠다” 타깃독자 설정-스토리 전개등 소개
웹소설 작년 6000억원 시장 성장
기초적 글쓰기 실력만 있으면 순문학보다 작가데뷔 가능성 높아
《한때 문청(文靑)이던 대기업 부장, 어릴 적부터 작가를 꿈꾸던 주부, 웹소설을 즐겨보는 고등학생….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웹소설에 뛰어들고 있다. 웹소설 시장 규모가 지난해 6000억 원으로 성장하고, 인기를 얻은 작가는 연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 본보는 이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문학·출판 담당 기자가 직접 웹소설 창작 강의를 12회에 걸쳐 들어봤다. 웹소설에 도전하는 이들과 작가 데뷔 과정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현직 작가와의 1 : 1 첨삭 수업을 거쳐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작가로 데뷔할 수 있습니다.”
6월 29일 웹소설 전문 학원 스토리튠즈의 웹소설 창작 강의 입문반 첫 수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이뤄진 강의에서 현직 웹소설 작가인 강사 샤이니크(필명)가 이렇게 말하자 채팅창엔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해야 장학생이 될 수 있냐” “정말 데뷔할 수 있냐” 등 희망에 가득 찬 물음이었다. 이날 수강생은 50여 명. 웹소설 작가의 수입이 웬만한 직장인보다 낫다는 말에 웹소설 강의가 성황을 이룬 것이다. 강사는 “강의를 열심히 듣고 꾸준히 쓰면 누구든 데뷔할 수 있다. 작가로 성공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세워드리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웹소설은 종이책, 전자책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에서 우선적으로 유통되는 소설을 의미한다. 주로 카카오, 네이버가 운영하는 대형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다. 독자가 100∼200원을 소액결제하면 읽는 데 5분 정도 걸리는 웹소설 1편을 볼 수 있다.
이날 강사는 “웹소설은 타깃 독자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웹소설은 독자의 성별에 따라 작품의 장르가 명확히 갈리기 때문.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주인공이 무술을 펼치는 무협 웹소설은 남성이 주로 읽는다. 반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현대·사극 로맨스 웹소설은 여성 독자가 타깃이다.
강사는 “주인공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소설 초반이나 제목에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누적 조회수 3000만 회를 넘기고 영상화가 추진 중인 유명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 막내아들이 경영자가 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웹소설 ‘탑 매니지먼트’가 2018년 동명의 웹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흥행한 것도 초보 매니저가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명확히 드러낸 덕이다. 강사는 시간을 과거로 이동하는 ‘회귀’, 다른 존재에 영혼을 옮기는 ‘빙의’,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나는 ‘환생’ 등 웹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치를 적절히 활용해 소설적 재미를 높이라고도 했다.
기초적인 글쓰기 실력만 있으면 웹소설 작가 데뷔 가능성은 순문학계보다 높다. 2시간 30분씩 4회가 진행된 입문반 강의만 듣고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승희 씨(36·여)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전처럼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순문학계와 달리 웹소설 작가는 꾸준히 준비하면 데뷔가 가능한 것 같다”고 했다.
수강생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하다. 장두호 씨(18)는 “자격증이 없어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점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미성년자지만 글쓰기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마음에 도전했다”고 했다. 최진영 씨(31)는 “3년 전 순문학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수입이 사실상 없었다. 반면 웹소설 작가는 밥벌이가 가능하다”며 “시인으로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웹소설을 쓰며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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