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명절 연휴가 지나갔다. 글자 그대로 ‘가을 저녁’을 뜻하는 ‘추석’. 아마도 정월대보름과 더불어 달빛이 아름다운 가을의 밤을 뜻하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올 추석에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온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음식과 정을 나누진 못했지만, 둥근 보름달의 환한 달빛 아래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했길 바라본다. 이번 칼럼은 지나간 추석의 아쉬움을 떠올려보며 달을 주인공으로 하는 ‘문페이즈(moon phase) 워치’를 준비해보았다.
여전히 사랑받는 문페이즈 워치
달은 29.5일을 주기로 하여 지구를 공전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보는 달의 모습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등등. 그러한 달의 모습을 매일 시계 안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이 바로 문페이즈(moon phase·달의 위상) 기능이다.
이 기능이 처음 시계 기술에 활용된 것은 17세기다. 과거 항해술에서는 달의 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문페이즈 기능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 기능이 과거만큼 필수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정교한 기술과 미적인 기술을 결합한 문페이즈 제품들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별이 수놓아진 하늘 구현한 시계
첫 제품으로는 반클리프 아펠의 낭만적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 컬렉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공기술과 뛰어난 기술력을 결합해 시간에 대한 독창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정교하게 맞물린 메커니즘이 반클리프 아펠의 특별한 상상력을 통해 소중한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다.
이 컬렉션은 우주라는 깊은 심연의 공간에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태양과 달을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 속에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별의 모습을 배경으로 옐로 사파이어로 표현된 태양이 낮 시간을 강렬한 빛으로 가득 채우고 나면 곧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달이 별이 촘촘하게 수놓인 하늘을 밝혀준다.
예거르쿨트르의 문페이즈 워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예거르쿨트르 메종에서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핑크골드 버전의 랑데부 문 미디엄 제품은 다크 블루 래커를 입힌 점이 눈에 띈다.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배경으로 구현한 문페이즈를 선보인다.
랑데부 클래식 문 제품은 올 9월 새롭게 출시된 주얼리 타임피스여서 더욱 특별하다. 로열 블루, 마더오브펄, 다이아몬드의 컬러와 진귀한 소재가 조화를 이뤄 별이 빛나는 하늘을 연상케 한다.
표정 있는 달, 특유의 숫자 인덱스로 차별화
다음은 브레게의 제품인데, 자세히 보면 달에 표정을 넣어 친근함을 보여주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나폴리의 여왕 카롤린 뮈라(Caroline Murat)를 위해 제작한 최초의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인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 중 문페이즈를 탑재했다. 128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즈골드 케이스와 타히티 마더-오브-펄을 부분적으로 적용한 다이얼이 특징이다.
타임리스한 우아함을 갖춘 시계 클래식 문페이즈 담므 9088은 순수한 실루엣을 통해 246년이 넘는 세월 동안 브레게의 대표 컬렉션으로 자리잡은 클래식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분한 듯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30mm 사이즈의 이 화이트골드 시계의 다이얼은 1783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직접 디자인한 일명 ‘브레게 뉴메럴(Breguet numerals)’이라고 알려진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달 속에 산다는 옥토끼의 절구질은 어린 시절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가슴 설레는 전설이다. 이토록 친근하면서도 매혹적인 달빛은 우리에게 여전히 벅찬 낭만과 여유를 선사해 주는 것 같다. 필수적인 기능이 아님에도 손목시계의 문페이즈 기능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모쪼록 이번 추석에 둥근 보름달을 보며 빌었던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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