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비현실적 사진전’ 여는 네 작가들
나무에 빗댄 인간 군상… 꽃 한 송이의 생명력
점-선-면만 남긴 도시… 포토샵으로 그린 상상
풍경을 겹치고 덧그려… 새로운 장면 이끌어내
사진작가는 현실의 한순간을 쫓는 사냥꾼으로 표현되곤 한다. 무릇 사진이란 눈앞에 펼쳐진 것을 그대로 찍어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사진가들은 실존 너머를 찍기도 한다. 10월, 서울 곳곳에서 ‘비현실적 사진전’이 펼쳐진다.
원성원 작가(49)는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5일부터 11월 13일까지 열리는 전시 ‘들리는, 들리지 않는’에서 사진을 콜라주해 세상에 없는 풍경을 내보인다. 작품당 평균 1500∼2000장의 사진을 층층이 겹쳐 한 화면에 많은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그는 인간을 나무에 빗댄다. 원 작가는 “흰 가지 하나로 존재감을 비치는 나무에서는 ‘인싸’(인사이더)를, 서로 간 거리를 지키며 스스로 꽃피우는 나무에서는 ‘아싸’(아웃사이더)인 자신을 각각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과 안성기 송강호 같은 톱스타의 사진을 찍어온 박상훈 작가(69)는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화양연화’(31일까지)를 열고 있다. 주제는 평범한 꽃이다. 그는 꽃 한 송이를 확대해 들여다봄으로써 경이로운 생명력을 관찰했다. 디지털 작업으로 사진 속에 아침 이슬을 표현했다. 그는 “행복한 순간을 느끼게 해 준 꽃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건물들의 창과 문, 이름을 지워 점, 선, 면으로 도시를 재현한 작품도 볼 수 있다. 박찬민 작가(51)의 ‘We Built this City, 우리가 만든 도시’ 전시(종로구 갤러리진선·24일까지)다. 사진 속 건물들은 도식화된 디자인처럼 보여 어느 도시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그는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도시의 풍경을 보면 안도감이 든다. 몰가치적인 도심 속 삶에 대한 비판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도시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빌딩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로 불리는 스웨덴의 에릭 요한슨(36)은 2019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신작 11점을 더해 ‘Beyond Imagination’ 전시(영등포구 63아트·내년 3월 6일까지)로 돌아왔다.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은 화가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캔버스 위에 색을 퍼뜨리고 나는 사진을 배치한다”는 그는 상상의 장면을 스케치한 뒤 오브제나 장소를 찍어 포토샵으로 조합한다. 작품당 100∼300개의 레이어(층)가 있다. 연간 8점 내외의 신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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