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서울 떠나 농촌서 삼시세끼
에세이 ‘귀촌하는 법’ 펴낸 이보현씨
“여자 혼자 정착, 쉽지는 않았지만 친구 사귀는 게 중요”
6년 전 서울을 떠나 농촌으로 터전을 옮겼다. 아침이면 멀리 산과 들이 보이는 집에서 햇살을 받으며 일어난다.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며 느긋하게 산책하고, 가끔 근처 텃밭에서 한 끼 먹을 채소를 따온다. 하지만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는 귀농(歸農)은 아니다. 다양한 일을 하며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버는 귀촌(歸村)의 삶이다. 도시에서보다 덜 쓰니 덜 벌고도 살 만하다. 지난달 에세이 ‘귀촌하는 법’(유유)을 펴낸 이보현 씨(42) 이야기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농사를 짓지 않아도, 여자 혼자서도 귀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귀농에 비해 귀촌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아 도전해볼 만하다는 것. “사는 곳이 달라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지 않고 대신 강과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충분히 떠나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1997년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뒤 2011년까지 서울살이를 했다. 출판사 등에서 일하며 빌라와 원룸에 거주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다고 소리치고, 심신이 지칠 때까지 야근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새벽까지 잠 못 이루기 일쑤였다. 결국 2015년 전북 완주군 협동조합에 취업하면서 완주에 정착해 지금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는 “어느 순간 서울에서의 삶은 내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연고 없는 농촌에 여성 홀로 정착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못했다. 다행히 다른 귀촌인과 알고 지내며 서서히 적응해 나갔다. 읍내 아파트를 구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그는 협동조합을 1년 정도 다닌 뒤 그만두고 지역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맡거나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렇게 번 돈이 한 달에 100만∼150만 원. 40m² 아파트 월세 10만 원 등 여러 생활비를 합쳐도 수입을 넘지 않는다. 그는 “카페에 가는 대신 직접 커피를 내리고, 외식하는 대신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요리해 먹으면서 생활비를 줄였다”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혼자 살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귀촌 팁을 알려 달라고 하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는 새 친구를 사귀는 일이 가장 중요하죠. 귀촌인들이 많이 오는 요가, 독서, 노래 모임에 자주 출석하고 용기를 내 사람들과 어울리는 노력을 해야 해요. 내가 마음 편히 자주 다닐 수 있는 단골 가게가 있어도 좋죠. 느슨하게라도 누군가와 연결돼 있어야 새로운 삶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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