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소재 국내외 화가 3인 전시회
英 캐릭터 추상화가 모턴 클라크展… “캐릭터 이면의 의미에 집중”
젤리-소시지 등 모티브 김명진展… “작품속에 들어가 대화하는 느낌”
돼지로 현대사회 비판 한상윤展… “물질적 욕망 비판 한국적 팝아트”
캔버스에 뛰노는 캐릭터들이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는다. 캐릭터로 각자의 세계를 캔버스에 펼치는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편하고 즐겁게 감상하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 낙서의 미학, 조지 모턴 클라크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영국 작가 조지 모턴 클라크(39)는 “손맛이 좋다”는 이유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추상화로 재해석한다. 미키마우스, 톰과 제리, 도라에몽, 호빵맨…. 일그러졌지만 익숙한 동서양 대중문화 속 캐릭터가 캔버스에 담겼다. 경기 양평군 구하우스미술관에서 다음 달 28일까지 열리는 ‘Myths, Heroes & Mad Scientists’ 전시에서 신작 24점과 설치작품 1점을 볼 수 있다.
추상화가로 자신을 정의하는 작가는 “캐릭터는 추상화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그릇이다. 추상화 형식을 더해 캐릭터 이면의 의미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설치작품 ‘The Favored Refugees’는 난민 문제를 은유한다. 회화 작품에서 움직이던 캐릭터들이 튜브를 타고 해변에서 놀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오브제들은 뒤엉키고 부서져 있다. 1만5000원.
○ 캐릭터와 소통한다, 김명진
재기발랄한 캐릭터들, 이를 돋보이게 하는 산수화 같은 흑백 공간은 작가의 이력을 대변한다. 김명진(43)은 대구예술대 동양화과를 다니다가 1998년 자퇴했다. 그 후 15년간 동화책 일러스트, 타투이스트, 페인트공으로 일했다. 201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관 전시를 한 후 그림에서 손을 떼려 했으나 서울 종로구 갤러리가이아와 인연이 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전시 ‘Edgewalker’에서는 신작 13점을 포함해 회화 20점을 선보인다.
그가 연구해 만든 6개의 캐릭터는 소시지나 젤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기보다는 캐릭터를 보면 반갑다”는 그는 작업할 때 작품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캐릭터에게 ‘그 신발 비싸지 않아?’라며 물어보는 식이다. 그는 “어릴 때 말도 안 통하는 사물과 대화하면서 스케치북을 넘어 벽, 바닥에도 낙서하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료.
○ 한국적 팝아티스트 한상윤
일본에서 풍자화를 전공한 한상윤(36)은 2009년부터 12년째 돼지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현대인의 물질적 욕망을 비판하기 위해 그렸지만, 지금은 관객이 풍자로 인한 웃음이 아닌 행복한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나마갤러리에서 26일까지 열리는 전시 ‘PIG POP―Doni&Dona’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미켈란젤로, 자크루이 다비드의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 3점을 포함해 회화 33점을 볼 수 있다. 작품 속 돼지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컵, 코카콜라 병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어렵게 느껴지던 명화를 편하게 전환시킨 것이다.
고가 브랜드의 가방을 들거나 옷을 입은 돼지는 사치스러운 현대인을 떠올리게 한다. 팝 아티스트로 불리는 그는 “만화 캐릭터를 쓰면 ‘팝아트’라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팝아트는 시대성을 담아야 한다. 절대 ‘쉬운 미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황토 등을 혼합한 분채, 광물을 갈아 만든 석채 같은 한국적 재료로, 한국 돼지를 통해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한국적 팝아트’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10월 26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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