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집 안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카펫이나 쿠션 같은 소소한 인테리어를 바꿔보지만 그것만으로는 허전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럴 때 따뜻한 향기로 포근한 집 안을 연출해보면 어떨까. 불이 붙은 향초나 디퓨저 하나만 방에 둬도 집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가을 겨울에 잘 어울리는 우디 계열의 제품은 차가운 실내를 금세 온기로 가득 채우는 느낌을 준다. 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고요히 바라보며 ‘향멍’을 즐길 수 있는 인센스도 힐링 아이템으로 각광 받는다. 센스 있는 모양의 인센스 홀더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이다. 이달 Q는 집에서 즐기기 좋은 향 제품들을 소개한다.
달콤한 향, 우아한 패키지… 눈과 코로 즐기는 향기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향초-디퓨저-인센스 고급 향수 브랜드, 잇따라 럭셔리 향초 출시 여인 초상화-순금 입힌 패키지로 시선 끌어 ‘향멍’ 즐길 수 있는 인센스 스틱도 인기몰이
수공예 향초로 포근한 분위기 연출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총 여덟 단계의 공정을 거쳐 제작된 럭셔리 수공예 향초를 선보였다. 우디, 플로랄, 프루티, 스파이시 등 향 선택의 폭이 넓다. 싱그러운 장미 꽃다발과 달콤한 블랙커런트 과일이 조화를 이룬 ‘베이’ 향초가 베스트 셀러다. 가을겨울 시즌에는 베티버와 파촐리의 따뜻하고 우아한 향과 아니스 열매의 화사함, 신비로운 향단 등이 어우러진 우디 계열의 ‘앰버’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일부 제품은 룸스프레이 형태로도 출시돼 방 안을 통일감 있는 향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유러피안 럭셔리 브랜드 바이레도의 ‘코튼 포플린’ 향도 쌀쌀해진 날씨에 어울린다. 달콤한 머스크향과 블루 카모마일 향이 어우러져 포근하고 깨끗한 리넨을 연상시킨다. 향이 세거나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따뜻하고 고요한 ‘비블리오테크’ 향은 파촐리, 가죽, 바닐라 향을 기본으로 모란, 제비꽃 향 등이 더해져 시간이 멈춘 듯한 도서관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레도의 모든 향초는 프랑스에서 제작된 수공예 유리용기와 면심지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블랙 왁스로 되어 있어 강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뉴욕 브루클린 감성의 니치 향수 브랜드 ‘디에스앤더가’와 프랑스 럭셔리 향수 하우스 ‘엑스니힐로’도 올 9월 브랜드 특징이 잘 표현된 신제품들을 출시했다. 디에스앤더의 퍼퓸드 향초는 싯다르타의 무화과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제품으로 스파이시한 아로마 향이 난다. 엑스니힐로의 ‘센티드 캔들 앙브르 푸’도 베르가모트, 코리앤더 시드의 향으로 시작해 시더우드, 바닐라로 마무리되는 앰버 우디 계열의 제품이다. 천재 조향사 조말론이 2011년 영국 런던에서 론칭한 니치 향수 조러브스도 네 가지 향의 향초를 판매한다. 벽난로의 친숙한 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스모키하고 따뜻한 ‘로그 파이어향’이 겨울에 제격이다.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눈길 끄는 제품
향기에 더해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눈과 코를 함께 만족시키는 제품도 있다. 800년 전통의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산타마리아노벨라의 디퓨저 컬렉션 ‘프로퓨모 뻬르 엠비엔테’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5대륙을 대표하는 여인들의 초상화가 담긴 패키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이후 반응이 좋아 올 8월 패키지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이 중 ‘오세아니아’는 해변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 같은 내추럴한 향이, ‘아시아’는 순수한 연꽃과 관능적인 아이리스 향이 난다.
벨기에 럭셔리 홈 프래그런스 브랜드 메종 드 컨셉의 바오밥 디퓨저 및 향초 컬렉션도 순금 또는 백금색의 고급스러운 외관으로 특별한 느낌을 준다. 옐로와 핑크골드를 밝게 블렌딩해 만들어진 ‘오럼’ 라인은 인테리어계의 보석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영롱하다. 향은 재스민과 머스크가 섞인 플로럴 계열로 여성스럽고 섬세한 세계를 보여준다. 차가운 백금 색상의 ‘플래티넘’ 라인은 앰버와 자몽으로 은은하고 시원한 느낌의 시트러스 향이 느껴지는 제품이다. 플래티넘은 금보다 희귀한 금속으로,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5세가 오직 왕을 위해서만 이 플래티넘을 사용하게 했다.
인센스 타는 모습 보며 ‘힐링’ 체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보는 ‘향멍’을 즐길 수 있는 인센스도 부쩍 인기다.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1994년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이반 페리콜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프랑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식기를 비롯한 인센스, 향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인 빌라 메디치 인센스는 창립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빌라 메디치를 상상하며 후각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레몬, 라벤더, 오레가노를 비롯한 플로럴한 향에 우디 향이 섞여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투손 인센스는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에서 거대한 선인장에 둘러싸여 있는 투손 지역의 모습을 후각으로 표현했다. 스모키한 향과 야생 잔디의 달콤한 아로마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장인들이 제작한 인센스 홀더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이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판매하는 홀더 중 가장 인기인 제품은 ‘앙투아네트 인센스 버너’로, 인센스 스틱이 타면서 떨어지는 재가 버너 플레이트 위에 떨어져 사용 후 청소가 쉬운 게 장점이다. 엄지와 검지를 표현한 손가락 위에 인센스 스틱을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세레나 인센스 홀더’도 독특함을 자랑한다.
태국 방콕의 작은 세라믹 공방인 야나칸에서는 도자기 장인들이 섬세한 수작업으로 제작한 세라믹 제품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스틸라이프 손 오브제’는 가로·세로·높이 9×5×3cm 사이즈의 손목에 있는 작은 구멍에 인센스 스틱을 꽂아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인센스 홀더뿐만 아니라 종이나 냅킨 등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올려두는 문진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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