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그 배기음마저, 액션이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9일 03시 00분


007 영화 속 추격전의 주인공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지난달 29일 영화 007 시리즈 최신작 ‘노 타임 투 다이’가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개봉했다. 스물다섯 번째 시리즈인 노 타임 투 다이는 15년간 다섯 개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시리즈 마지막 출연작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1년 반 가까이 개봉이 미뤄진 탓에, 팬들의 기대가 다른 시리즈보다 훨씬 컸다.

한편 007 시리즈는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제작 규모가 커지고 그와 관련한 마케팅도 활발해졌다.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오랜 시간에 걸쳐 팬층을 쌓아온 영화인 만큼, 폭넓은 PPL(간접광고)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 관련 상품의 출시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 제작사와 공식 계약을 맺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업체들의 특별 한정판 모델들은 여러 의미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007 시리즈 영화 ‘노 타임 투 다이’ 개봉 기념으로 출시된 랜드로버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
007 시리즈 영화 ‘노 타임 투 다이’ 개봉 기념으로 출시된 랜드로버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

영화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와 랜드로버 디펜더 등의 모델이 적재적소에 등장했다. 랜드로버는 아예 노 타임 투 다이의 개봉을 기념해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랜드로버 차들의 고급화와 고성능화, 주문제작을 맡고 있는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가 제작한 이 차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디펜더 V8 모델을 바탕으로 했다.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은 최고출력이 525마력에 이르는 V8 5.0L 수퍼차저 엔진을 비롯한 주행 관련 주요 장치을 갖췄다는 점에서 디펜더 V8 모델과 같다. 그러나 영화 속 추격전에 등장하는 차들과 닮은 모습으로 차를 꾸미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더한 게 특징이다. 이 차는 300대 한정 생산된다. 또 이 차는 차체를 비롯해 22인치 휠 등 주요 외부 요소를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랜드로버 디펜더 모델명 뒤에 붙은 007 로고가 특별 한정판임을 나타낸다.
랜드로버 디펜더 모델명 뒤에 붙은 007 로고가 특별 한정판임을 나타낸다.
한정판 모델인 만큼 특별함을 나타내는 표시도 더했다. 테일게이트에 붙는 모델 이름 옆에도 007 시리즈 로고를 더했고, 실내에는 한정 생산되는 300대 중 한 대라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도 레이저로 각인되어 있다. 도어 잠금을 해제하거나 차에 오르내릴 때 차 아래쪽을 비추는 퍼들 램프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시작 화면에도 모두 007 시리즈 로고가 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 스턴트 액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것으로 모터사이클을 빼놓을 수 없다. 장면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모터사이클은 트라이엄프의 타이거 900 랠리 프로와 스크램블러 1200이다. 고전적 분위기의 스크램블러 1200은 연료탱크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 이미지를 넣어 트라이엄프와 제임스 본드의 국적을 뚜렷하게 나타냈고, 타이거 900 랠리 프로는 다양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내는 모델 성격을 고루 보여준다.

트라이엄프는 영화 개봉을 기념해 타이거 900 본드 에디션을 250대 한정 생산한다고 밝혔다. 한정 모델은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매트 사파이어 블랙으로 칠하고 외부 장식을 검정으로 통일했다. 차체 양쪽 측면에 007 로고를 넣고, 핸들 바 고정부에 ‘본드 에디션’ 로고와 한정 생산 번호를 새겨 넣었다. 기본적인 특징은 일반 타이거 900 랠리 프로 모델과 같지만, 시동을 걸면 007 영화의 상징인 건 배럴(총열) 이미지와 007 로고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어 운전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애스턴 마틴 밴티지 007 에디션과 DBS 수퍼레제라 007 에디션.
애스턴 마틴 밴티지 007 에디션과 DBS 수퍼레제라 007 에디션.
007 시리즈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도 다양한 차들을 선보였다. 대표적 본드카 DB5는 물론이고, 시리즈 15번째 영화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 등장했던 V8 밴티지와 시판 모델 중 가장 강력한 DBS도 등장한다. 게다가 내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미드 엔진 스포츠카 발할라도 살짝 얼굴을 비춘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종들의 화려함은 보는 이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애스턴 마틴이 선보인 두 종류의 특별 한정 모델도 매력적이다. 예정된 시기보다 영화 개봉이 늦어지는 바람에 실제로는 미리 판매된 두 차는 밴티지 007 에디션과 DBS 수퍼레제라 007 에디션이다. 100대 한정 생산 예정으로 주문을 받은 밴티지 007 에디션은 현재 판매 중인 밴티지 모델에 1987년에 개봉한 007 리빙 데이라이트 영화 속 애스턴 마틴 V8의 이미지를 반영해 만든 것이다.

외부는 33년 전 영화에 나온 모델을 닮은 크롬 테두리의 그물망 그릴과 위험을 알리는 노란색과 검은색 패턴을 넣은 뒤 범퍼 장식이 눈길을 끈다. 그밖에도 좌석과 콘솔 등 내부 곳곳에 영화에 등장한 본드카를 떠올릴 수 있는 여러 치장을 더했다. 아울러 애스턴 마틴은 밴티지 007 에디션 구매자가 영화에서 특수 장비로 쓰인 스키를 연상케 하는 한정판 스키와 스키 랙도 함께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발표된 DBS 수퍼레제라 007 에디션도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하는 차를 염두에 두고 만든 25대 한정 모델이다.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한정 모델 전용 21인치 휠, 펜더에 붙인 배지와 트렁크 끝에 단 스포일러에 넣은 007 로고가 두드러진다. 차체 색은 영화에 등장한 차와 같은 세라믹 그레이고, 지붕과 사이드 미러 커버, 뒤 스포일러와 범퍼 아래 부분은 탄소섬유 소재로 되어 있다.

더 리틀 컴퍼니가 한정 생산하는 ‘노타임 투 다이 에디션’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 카.
더 리틀 컴퍼니가 한정 생산하는 ‘노타임 투 다이 에디션’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 카.
더 리틀 컴퍼니가 한정 생산하는 ‘노타임 투 다이 에디션’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 카.
더 리틀 컴퍼니가 한정 생산하는 ‘노타임 투 다이 에디션’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 카.
더 리틀 카 컴퍼니의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 카도 특별히 25번째 007 시리즈 개봉을 기념해 특별 모델을 발표했다. 007 시리즈에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 DB5는 이번에 새로운 비밀 무기로 개틀링 기관총을 선보였는데, 이를 포함해 연막 살포장치 등 여러 재미거리가 주니어 카에 반영되었다. 특히 디지털 스크린으로 대체한 회전식 번호판은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번 영화를 포함해 30년 이상 007 시리즈 영화의 특수효과를 맡은 크리스 코볼드가 자문을 맡은 특별 모델은 125대 한정 생산될 예정이다. 이미 DB5 주니어 카를 구매한 경우에는 특별 모델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와 더불어 크레이그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의 시대는 끝을 맺는다. 많은 팬이 아쉬움을 느끼겠지만, 이번 영화의 분위기를 담은 특별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소유한 사람들이라면 앞으로도 그의 마지막 본드 연기를 곱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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