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들반들한 금속 몸체에 뻥 뚫린 눈, 상·하체를 잇는 전기배선.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이 인상적인 로봇 C-3PO를 기억할 테다. 스타워즈의 모든 시리즈에 등장하는 C-3PO는 스카이워커의 충직한 집사로, 어설픈 외양과 달리 비범한 능력을 갖췄다. 예민하면서도 편집증적인 성격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1977년 첫 시리즈 개봉 당시 일부 관객들은 로봇의 움직임이 너무도 기계적이어서 제작진이 최첨단 기술로 정교한 로봇을 개발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30대의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앤서니 대니얼스(75).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C-3PO를 사람이 연기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펼쳤다. 관객이 C-3PO를 진짜 로봇으로 생각하는 게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제작사는 4번째 시리즈 크레디트에서 그의 이름을 빼버렸다. 이 책은 이런 사연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슈퍼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은 대니얼스의 자서전이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 대니얼스가 아닌 C-3PO로 통한 그는 당시 느낀 설움을 조심스레 풀어놓는다. 이를테면 대본이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와 C-3PO’로 표기되는 등 자신의 이름이 지워진 걸 볼 때마다 그는 약간의 좌절감을 느꼈단다. 당시 그는 ‘내 존재가 이렇게까지 지워지다니, 혹시 촬영 때 프로답지 못한 일을 저지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종종 빠지곤 했다. 하지만 천재 감독으로 칭송 받던 조지 루커스와의 작업 기회를 날릴 수는 없었다.
C-3PO는 스타워즈 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일한 캐릭터다. 현장에서의 설움과는 별개로 저자는 C-3PO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깊이 사랑했다. 원작 소설의 애독자였던 그는 자신이 열 살 때 C-3PO를 책에서 처음 만난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 뒷얘기가 궁금한 ‘찐팬’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