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 줄인 ‘위드 코로나’ 마술쇼… 트릭 공개해도 기립박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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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이 나타나고, 민간인이 우주여행을 떠나는 시대. 잠깐 사이 사람 눈을 속이는 마술이 얼마나 우리 마음을 빼앗아 뒤흔들 수 있을까. 25년째 마술 한 길을 걸어온 최현우(43)는 이렇게 답했다.

“21세기가 되면 사라질 직업 8위로 마술사가 꼽혔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살아남았잖아요? 마법 같은 순간을 늘 꿈꾸는 인류의 마음은 변하지 않으리라 믿어요.”

‘마법사가 되고픈 마술사’ 최현우가 다음달 3일 개막하는 매직쇼 ‘더 브레인’으로 관객과 만난다. 1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공연을 앞두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공연이 취소되며 데뷔 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때 강제 휴식해야 했다. 그는 “잠시 제 삶을 돌아본 시간이었지만, 결국 현장 공연에 대한 간절함과 관객에 대한 감사함만이 남았다”며 “역시 빨간 날에는 일해야 한다”고 웃었다.

이번 작품 ‘더 브레인’은 심리학, 뇌과학, 행동과학 등을 접목시킨 ‘멘탈매직(Mental Magic)’ 쇼다. 카드, 스마트폰 등 소품을 활용해 관객 심리와 생각을 맞추고 다음 행동을 예언한다. 착시를 이용한 시각 마술도 곁들인다. 때문에 관객 참여는 필수. 최현우는 “신체 접촉하는 과정을 없애고, 최대한 대화를 통해 마술을 풀어내도록 방식을 변형했다. 마술도 ‘위드 코로나’로 진화 중”이라고 했다.

공연 말미엔 그가 쇼에서 선보였던 마술의 비밀을 전부 공개한다. 그는 “공연마다 비밀을 공개하는 순간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다. 다만 모든 걸 털어놔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게 멘탈매직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마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언뜻 마술 무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채 저 너머에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과 긴밀히 연결돼있다. 그는 “남성 마술사를 둘러싼 미녀나 호랑이가 등장하는 무대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마술이 현실 속 페미니즘 운동, 동물복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술사 역시 계속 공부하고 변해야 한다. 후배 마술사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선보이던 ‘숏폼 마술’이 마술을 가벼워 보이도록 만들고, 비밀 공개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도 공연장으로 끌어오려면 어쩔 수 없었다. 현재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최현우’에서 마술을 알리는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최근엔 틱톡도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1996년 한 대학 축제서 손을 벌벌 떨며 대중에게 처음 마술을 선보인 이래 무대 밖에서 그는 스타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서 마술을 선보였고, 데이비드 카퍼필드처럼 하늘을 나는 마술을 준비하다 추락해 팔이 으스러지는 사고도 겪었다. 2015년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맞춘 건 지금까지 회자된다. “조작 방송이냐”는 항의 전화 수백 통을 받았고 “당첨번호 알려 달라”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듣는다고. 그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모두 마술”이라며 미소 지었다.

꿈에 나타난 최현우가 불러준 번호로 로또 2등에 두 번 당첨된 한 팬의 실화도 화제였다. 이 팬에게는 “제가 꿈에 또 나오면 꼭 저도 번호를 알려 달라”고 직접 연락했다.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그는 “살면서 마술에 한 번도 싫증난 적이 없다”고 했다. 슬럼프도 딱히 없었다. “마술에 제 영혼을 갈아 넣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마술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이는 그가 앞으로 답해야할 질문이자 과제다. “구체적 설명 필요 없이 제가 하는 마술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고 싶어요. 제가 잘 살고, 잘 버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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