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휴식처였던 경복궁 향원지(香遠池)의 향원정(香遠亭)과 취향교(醉香橋)가 제자리를 찾았다. 2017년 해체·보수 공사를 시작한 지 4년여 만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경복궁 향원지의 향원정과 취향교 복원을 3년 만에 완료했다고 5일 밝혔다.
2012년에 보물 제1761호로 지정된 향원정은 고종 때 왕과 왕실의 휴식처 용도로 조성된 공간이다. 경복궁 후원 영역에 네모난 연못을 파서 가운데 섬을 만들고 조성된 상징적인 2층 정자 건물로, 경복궁 중건 시기인 고종 4년(1867)부터 고종 10년(1873)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향원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낡고 기울어지면서 2012년 정밀실측조사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8년 11월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가 총 3년간의 공사 끝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취향교는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향원정의 북쪽에 세워진 다리였으나, 한국전쟁 때 파괴되고 나서는 1953년 관람 편의를 위해 본래 위치(향원정 북쪽)가 아닌 향원정 남쪽에 세워졌다가 이번에 원래의 자리를 찾아 복원됐다. 이전에는 석교 교각에, 목재 난간을 갖춘 평교형태였다가 이번에 아치형 목교로 제 모습을 찾았다.
그동안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는 정확한 창건연대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1887년(고종 24년)의 ‘승정원일기’에 ‘향원정’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면서 건립 시점을 1887년 이전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복원공사에서 실시한 목재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1881년과 1884년 두 차례에 걸쳐 벌채된 목재가 사용된 것이 확인되어 건립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향원정 건립 시기는 1885년으로 추정하게 됐다.
이번 복원작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구들의 구체적인 형태와 연도(煙道·연기가 나가는 통로)의 위치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유구를 그대로 활용해 향원지 호안석축 외부와 연결된 낮은 형태의 굴뚝을 복원했다. 또 배연실험으로 아궁이에서 연도를 통해 연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것도 확인했다.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초석(楚石·주춧돌)에 대한 조사를 통해 건물 기울어짐의 주요원인이 초석을 받치는 초반석의 균열로 인한 초석 침하현상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복원과정에서는 전통방식의 말뚝기초 시공을 통해 지반을 보강했으며, 향원지 영역의 옛 사진을 분석해 변형·훼손된 절병통, 창호, 능화지, 외부 난간대 등을 복원했다.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향원정의 원형 단청도 확인했으며, 향후 단청안료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 4월부터 특별관람 형태로 내부가 공개될 예정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취향교 복원과 향원정 보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복궁 2차 복원정비사업과 함께 경복궁의 문화재적 가치와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법궁(法宮) 경복궁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민족문화유산의 품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경복궁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궁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