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솔-이하림 중심 연주자들 뭉쳐
‘재즈수비대’ 팀 만들고 새 음반도
26일 서울 마포서 음악감상회
한국 재즈계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연주자 41명이 뭉쳤다. 프로젝트 그룹 ‘한국재즈수비대’다. 22일 음반 ‘우린 모두 재즈클럽에서 시작되었지’를 낸다(디지털 음반은 10월 28일 먼저 발매).
기획자는 젊은 연주자 박한솔(34·베이스) 이하림 씨(29·피아노). 그간 국내 재즈계의 굵직한 프로젝트가 중견 연주자나 평론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돌아보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용감한 기획이다. 4일 만난 두 사람은 “위기의 재즈계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당장 시작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의 폐업(작년 11월)이 발단이었지만 음반을 제작하는 몇 달 사이에 부산의 ‘몽크’, 서울의 ‘올 댓 재즈’도 줄줄이 문을 닫았어요. 비통한 심정으로 제작에 임했죠.”(박한솔)
재즈에서는 어떤 장르보다 라이브 클럽이 중요하다. 연주자 간 교감과 즉흥 연주가 재즈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합이 좋은 연주자들끼리 새 밴드, 새 음반을 구상하는 것도 클럽에서다.
“삶의 의미를 못 찾아 방황하던 스무 살, 친구 따라 몽크에 갔다가 재즈 음악과 강렬한 접신을 했죠. 매주 부산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 클럽 ‘에반스’에 가서 잼(즉흥연주)을 했어요. 재즈 클럽은 생을 구한 감사한 존재죠. 이젠 그를 위해 제가 뭔가 해주고 싶었어요.”(이하림)
두 사람은 팬데믹으로 클럽 공연과 행사 섭외가 막힌 젊은 연주자들을 불러 모으고, 작사 작곡을 해 여덟 곡짜리 음반을 만들었다. 2000만 원이 넘는 제작비는 타던 차까지 팔아 충당했다고.
8곡 하나하나에 각 클럽을 음악적으로 묘사해 담았다. ‘서교동 야자수’는 클럽 팜, ‘천년의 섬’은 클럽 천년동안도를 기리는 식이다. 마지막 곡 ‘야누스, 그곳은 처음의 나무’는 디바 야누스의 운영자이자 재즈 보컬인 말로가 노래했다. ‘숲을 꿈꾸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아무 말 없이 이곳을 난 지켜왔네’ 하는 가사가 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앨범 제목 ‘우린 모두 재즈클럽에서 시작되었지’가 모토가 되고 큰 움직임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박한솔)
26일 서울 마포구 ‘문악HOM’에서 음악 감상회도 연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한국재즈수비대’를 검색하면 참여와 후원 방법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일일이 조사해 만든 ‘전국 재즈 지도’도 앨범과 티셔츠에 담았다.
“재즈수비대는 두 사람으로 시작했지만 41명이 됐고 이제 후원자 모두, 그리고 음반을 들어주시는 모두로 확대됩니다. 우리가 우리를 안 지키면 어떡하겠어요.”(이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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