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내림굿서 영감, 굿판을 춤으로
윤재원-장영규-손인영 감독, 연출-음악-안무 맡아 화제
어쩌면 현대인은 각자의 삶과 소명이라는 내림굿을 받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샤먼(무당)의 굿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의 삶을 몸짓으로 그려낸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가 11일부터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 48명이 한바탕 춤으로 풀어내는 굿판을 통해 관객은 각자의 인생을 반추한다.
이 작품은 제작진 명단이 공개됐을 때부터 기존 국립무용단 작품은 물론이고 여느 무용과도 사뭇 다른 무대가 예견됐다. 10일 사전 시연, 11일 본 공연 개막을 앞두고 4일 국립극장에서 주요 제작진 3인을 만났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로 참여한 윤재원(연출·미술감독), 이날치의 장영규(음악감독),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손인영(안무)은 “굿의 연희적 특성을 강조한 전형적인 굿판이 아니라 굿이라는 의식이 갖고 있는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기존 무용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총체예술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각 분야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세 사람은 샤먼의 의미에 대해 각자의 해석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손 예술감독이 ‘이 시대 샤먼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고, 윤 연출가가 큰 뱡향성을 제시했다.
윤 연출가는 “샤먼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현시대까지 분명 존재하는 직업인데 우리는 무당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비슷한 모습으로만 늘 묘사해 왔다”며 “샤먼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직업인으로 조명하고 나아가 그 안에 깃든 우리의 모습과 삶을 비추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 제목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소명을 받아들여 인생을 사는 개인들에게 건네는 안부 인사에 가깝다. “샤먼은 쉽게 말해 이별을 다루는 직업인 것 같아요. 이별, 관계의 단절, 해결하기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우리는 샤먼을 찾아요. 그때 샤먼이 하는 역할은 곁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잘 가라’ ‘어서 오라’ 인사를 대신 건네주죠. 필연적으로 이별을 다룰 수밖에 없죠.”(윤재원 연출가)
작품의 음악은 이날치의 수장이자 영화 ‘곡성’ ‘부산행’ 등에 참여한 장영규가 맡았다. 그는 “극한의 에너지로 사람을 몰아가는 굿 음악은 가장 어려운 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간 피해 오기만 했다”며 “이번 기회에 굿에 대한 제 해석을 덧붙일 수 있게 됐다. 주로 굿 음악에 쓰이는 독특한 리듬을 차용했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가사가 있는 노래도 등장하는데 윤 연출가가 가사를 쓰고 장 음악감독이 멜로디를 입혔다. 이날치 멤버가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했다.
손 예술감독을 필두로 4명의 무용수인 김미애 박기환 조용진 이재화가 조안무자로 참여했다. 손 감독은 “춤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존 무용과 달리 이번 작품은 마치 영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일부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몸짓을 자제할 때도 있다”며 “국립무용단의 신선한 무용 실험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2만∼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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