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최초로 자화상 그린 여성 화가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3일 03시 00분


◇바로 보는 여성 미술사/수지 호지 지음·하지은 옮김/240쪽·2만 원·아트북스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황금기를 이끈 유딧 레이스터르(1609∼1660)의 ‘즐거운 술꾼’(1629년)은 19세기 말까지 그의 스승 프란스 할스(1582∼1666)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불과 24세에 당시 여성이 가입하기 힘들었던 네덜란드 화가조합 회원이 되는 등 걸출한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미술사에서 그의 이름은 잊혔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16세기부터 현재까지 한동안 조명되지 못한 여성 미술가들의 삶과 이들의 대표작 60점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소포니스바 안귀솔라(?∼1625)는 여성의 미술수업이 금지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다. 그의 작품 ‘이젤 앞의 자화상’은 여성화가가 그린 최초의 자화상으로 기록됐다. 팔레트와 붓을 들고 정면을 당당히 응시한 그의 모습에서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고자 한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300년이 흐른 19세기 말까지도 여성은 공립학교에서 미술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 프랑스의 쉬잔 발라동(1865∼1938)은 화가들의 모델로 일하며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웠다. 그의 대표작 ‘푸른 방’(1923년) 속 인물은 줄무늬 파자마와 캐미솔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다. 강한 색채와 활기찬 붓 터치는 자신 만의 작품세계를 탄탄히 구축한 발라동 예술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별#여성 화가#유딧 레이스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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