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庭園)은 사전적으로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원사이자 식물 연구자인 저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정원은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공서에 붙어 있는 뜰이나 대중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까지 정원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야를 확장하니 우리가 방문하는 곳곳에 정원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약 3000년에 걸친 정원의 역사를 세세하게 펼쳐놓는다.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림으로 책을 꾸며놓은 덕에 정원에서 산책하듯 독서할 수 있다.
정원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영원히 따뜻하고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낙원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책을 읽으니 여러 황제와 문인들이 정원에 심취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때론 정원은 통치자들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도구로 쓰였다. 정원에 빠져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이도 있다. 왕보다 화려한 정원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하거나 평생 감옥에 갇혀 산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정원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다. 중세시대 유럽에선 화려한 색을 지닌 꽃을 정원 화단에 가득 채우는 형식이 유행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선 꽃이 사라지고 푸르른 나무가 그 자리를 채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 자갈, 조개껍데기로 정원을 다채롭게 꾸미기도 했다.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 정원이 나타나기도 했다. 식생에 영향을 받는 정원은 지역에 따라 꾸밈새가 다르지만 문화적 교류에 따라 이런 특성이 희석되기도 한다.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정원은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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