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제이·모니카·가비·리정처럼…‘스우파 홀릭’ 2030 ‘댄스 열풍’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13일 08시 06분


코멘트
서울 강남역 인근 댄스학원 ‘댄스조아’에서 수강생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1.11.11/© 뉴스1
서울 강남역 인근 댄스학원 ‘댄스조아’에서 수강생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1.11.11/© 뉴스1
“거울 속의 제가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속 댄서처럼 추고 있어서 뿌듯하고 재밌어요”

지난 11일 오후 9시 서울 강남역에 있는 댄스학원 ‘댄스조아’에서 만난 직장인 김승휘씨(27)가 수업을 마친 뒤 건넨 소감이다.

김씨는 최근 케이블 채널 Mnet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프로그램 ‘스우파’를 보고 댄스학원 등록을 결심했다. 춤을 제대로 배우는 게 처음이라는 그는 “스우파에 나온 댄서들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우파는 여성들로 구성된 스트릿댄스 크루들이 서로 경쟁하며 우승팀을 뽑는 서바이벌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다.

스우파의 흥행이 2030세대의 잠자던 댄스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2030 여성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실제로 스우파를 보고 댄스학원을 등록했다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같은 날 오후 8시 찾은 강남역 근처 댄스학원에는 20~30대로 구성된 여성 9명이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MONEY’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대부분 퇴근 후 취미 생활로 춤을 배우기 위해 찾은 직장인들이었다.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5도로 제법 추웠지만 강의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대형 선풍기까지 작동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의 옷차림도 민소매와 반팔 등 가벼운 옷차림이 다수였다. 강사가 힘찬 목소리와 함께 춤동작을 하면 유심히 보던 수강생들은 서툴어도 열심히 따라했다.

댄스학원은 현재 호황이다. 정은희 댄스조아 아카데미 원장(42)은 “난생처음 춤을 추는 직장인도 배우러 오고 있다”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걸스힙합 수업의 20명 정원이 모두 차 아예 새로 반을 개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아이키(왼쪽부터), 리정, 가비, 효진초이가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JTBC에서 열린 ‘아는 형님’(아형) 녹화를 위해 들어서며 하트를 그리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스트릿 우먼 파이터’ 아이키(왼쪽부터), 리정, 가비, 효진초이가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JTBC에서 열린 ‘아는 형님’(아형) 녹화를 위해 들어서며 하트를 그리고 있다. 2021.10.28/뉴스1 © News1
실제로 스우파가 종영한 뒤 이 학원은 이달 초부터 월·수요일과 금요일에 ‘걸스힙합 초급’ 클래스 2개를 새로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 광진구에서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김우성 원장(43)은 “스우파 방영 이후 이전보다 수강생이 20% 정도 늘었다”라며 “스우파에서 소개된 댄스 장르를 물어보는 수업문의가 최근 많았다”라고 했다.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스우파를 보고 찾아오는 신규 회원들이 전체의 10~20%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집에서 강남의 댄스학원이 1시간 거리임에도 춤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는 이소영씨(26)는 “어떤 동기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스우파가 트리거(기폭제)가 됐다”라고 대답했다.

이씨는 “스우파에 나온 댄서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는 게 흥미로웠다”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취미를 찾던 중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송그림씨(26) 역시 “직장 다니니까 스트레스 풀 데가 없는데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도 할 겸 동료와 함께 등록했다”라고 했다.

댄스학원 등록을 고민하고 있다는 20대도 적지 않았다. 박예은씨(25)는 “평소에 춤을 좋아하는데 스우파를 보고 학원 등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는 공모씨(28)는 “스우파를 보고 댄스학원에 다니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여러 명 있다”고 주변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는 스우파의 흥행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체됐던 댄스학원 분위기를 살려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우성 원장은 “매출을 떠나서 댄서들이 방송에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댄서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은희 원장도 “예전에는 걸스힙합이 매니아층의 장르였다면 스우파 이후에는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면서 “다른 댄스 장르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에서 춤 인증 놀이가 유행하며 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태였다”라며 “댄서들이 평소에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이 주인공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감동을 2030세대가 느껴 인기를 얻은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