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경북 의성군 ‘금성면 작은도서관’
학교 마친 학생들 북적북적, 주민들도 들르는 ‘마을 사랑방’
어르신 위한 큰 글씨 책 비치
“와, 여기 책장 안에서도 책 볼 수 있어!”
“나랑 젠가 할 사람?”
11일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개관한 ‘금성면 작은도서관’이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이곳을 찾아 들어온 것. 아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출입문을 열자마자 맞은편에 보이는 ‘키즈존’이었다. 편하고 아늑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빈백 소파와 책장 속 독서 공간이 마련된 이곳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보드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도서관은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금성면의 유일한 도서관이다. 학교 도서관 외에는 도서관이 없어서 그동안 주민들은 책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책을 읽으려면 금성면 이외의 지역으로 책을 사러 나가든지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해야 했다. 도서관을 찾은 조명희 씨(62·여)는 “금성면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도 3, 4일이 걸린다. 도서관 덕에 책과 훨씬 친해질 수 있겠다”고 했다. 우준범 군(10)은 “마을에 도서관이 생긴 게 진짜 신기하다. 도서관이 학교보다도 더 가까워서 자주 놀러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금성면 작은도서관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과 의성군이 주관하고 KB국민은행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과거 금성면 농업경영인협회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협회가 이전하며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연면적 114m²(약 34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금성면 중심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금란 씨(60·여)는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도서관이 생겨서 오며 가며 자주 들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에는 벌써 2582권의 책이 채워졌다. 도서관이 주안점을 둔 독자는 어린이와 어르신이다. 사서 김정미 씨는 “어린이 인구가 많지 않지만 금성면에 어린이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 없어서 동화책과 그림책을 마련하고 어린이 공간을 조성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박지우 양(11)은 “처음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같이 엎드린 채 얘기하며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금성면은 노인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해 어르신을 위해 큰 글씨 책을 꽂은 책장도 마련했다. 전체 책의 20∼30%가 큰 글씨 책으로, 이는 다른 도서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주민들이 오래 도서관을 잘 사용할 수 있게 고급 목재로 책장과 책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60년 이상 살았다는 신원호 씨(72)는 “금성면에 사는 동안 도서관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도서관이 우리 지역의 문화 수준을 올려줄 것 같다. 종종 들러 시집을 빌려다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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