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느낄 법한 공포를 다룬다. 어쩌면 해외에서 더 재밌게 봐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배우 박정민)
“책(대본)을 보기도 전에 마음이 갔다. 보고 나서는 미쳐버렸다.”(배우 유아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16일 온라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지옥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지옥은 주제가 참신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누구나 느낄만한 공포를 주는 만큼 ‘오징어게임’ 못지않은 신드롬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일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지옥은 악마 형상의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고지 받은 누군가가 실제로 해당 시간에 지옥에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옥의 사자는 고지 받은 사람을 데려가기에 앞서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고열로 불태우는 등 지옥의 고통을 시현한다.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 서울 한복판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에서 일어난다. 사실상의 사이비 종교인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유아인)은 고지가 죄인에게만 이뤄지며 이는 신이 인간에게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새진리회는 지옥행 고지와 시현이 잇달아 일어나며 세상이 혼란해진 것을 이용해 교세를 확장하고 공권력도 건드리지 못하는 초법적 단체가 된다.
자신이 만든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연상호 감독은 이날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떨린다”라며 공개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지옥으로 첫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된 연 감독은 “지옥은 내가 영화적인 놀이터처럼 만든 작품”이라며 “지옥의 세계관엔 극단적인 설정이 있고 그 속에 여러 모습을 한 사람들이 있다. 아주 좋은 설정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배우들 역시 출연을 선택한 이유로 작품 속 설정 등 세계관의 강렬함을 꼽았다. 유아인은 “지옥이라는 제목 자체가 강렬했다”며 “지옥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처음 봐서 호기심이 생겼다”라고 했다. 새진리회와 맞서 싸우는 민혜진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현주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굉장했다”고 했다. 지옥이 공개도 되기 전에 ‘제2의 오징어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로도 ‘지옥’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강렬함이 꼽히고 있다.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3명이 함께 등장하는 ‘지옥의 사자’. 웹툰에선 사람의 형태에 가까운 괴수 모습으로 나오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선 ‘킹콩’에 가까운 모습으로 구현됐다. 연 감독은 “우리가 상상하는 지옥의 모습을 캐릭터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라고 했다. 사자를 3명으로 구성한 것에 대해선 “집단 린치를 했을 때 공포가 극대화되는 인원이 몇 명일까 고민하다 3명으로 결론낸 것”이라고 했다. 웹툰에선 지옥행 고지를 하는 존재가 아름다운 모습의 천사로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정반대로 가장 섬뜩한 고지를 하는 모습은 공포를 배가시킨다. 드라마에선 이 존재가 악마 형상으로 바뀌어 공포감을 오히려 줄어들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드라마가 미리 공개된 가운데 가장 큰 찬사가 쏟아진 건 유아인의 정진수 의장 연기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신의 메시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퍼뜨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그의 연기를 두고 “유아인의 연기가 장인 반열에 올랐다” “웹툰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듯하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앞머리를 내고 살도 빼는 등 외모 변신을 한 덕분에 드라마 초반 그의 모습을 보면 그가 유아인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유아인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었다. 이번엔 칭찬들이 흥미롭고 재밌었다”라며 “이 인물만이 가진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의 실체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 역시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하는 건 굉장히 힘든데 유아인은 진짜 미스터리한 인물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옥은 웹툰을 만든 연 감독이 직접 연출한 만큼 드라마 속 공간이나 인물 등이 모두 웹툰과 똑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평소 웹툰 ‘지옥’의 팬을 자처해온 배우 박정민(배영재 PD 역)은 “내가 너무나 사랑한 웹툰이 영상화가 고스란히 잘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옥은 6부작으로 19일 전편이 동시에 공개된다. 정말 죄인에게만 지옥행 고지와 고통의 시현이 이뤄지는 것이 맞는지, 정진수 의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등 6부까지 시청을 이어가게 만들 호기심 유발 장치가 곳곳에 심어져있다. 죄인이라면 만인 앞에서 고통받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등 생각해볼만한 내용도 많다. 연 감독은 “단순히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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