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활기가 넘쳤다. 조용하던 전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타임 캡슐’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타임캡슐이 이날 공개됐다.
방탄소년단은 ‘아미’의 힘이다. 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보라색 박스’를 보기 위해 외국인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의 관람이 잇따랐다. 팬들과 관람객들은 방탄소년단 영상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고, 멤버들의 메시지를 집중해 경청했다.
전시장에 만난 30대 일본인 여성 이토미사 씨는 “방탄소년단 타임캡슐이 전시된다는 뉴스를 어제 보고 박물관에 왔다”며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BTS를 보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BTS가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코로나19때문에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봐서 속상하다. 2년 만에 열리는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LA’ 오프라인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대 베트남 유학생 튀린 씨는 “어제 오후에 나온 뉴스를 보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이렇게나마 BTS를 보니 좋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150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대부분 20~30대 여성 관람객들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상설전시실 개편 후 작년 5월에 재개관했다”며 “이후 다양한 기획·전시를 계속 하고 있는데, BTS가 기증한 타임캡슐을 전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타임캡슐은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종이 상자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에서 박스를 제작했고, 밀봉된 채 박물관에 왔다. 박스 크기는 가로 50㎝·세로 40㎝·높이 26㎝이며, 무게는 약 3㎏이다.
타임캡슐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청년·팬을 상징하는 물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소년단은 타임캡슐 내용물을 2039년 ‘제20회 청년의 날’에 개봉해 줄 것을 부탁했다. 19년이 청년의 나이가 시작되는 시점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자리에 온 20대 여성은 “타임캡슐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며 “방탄소년단 음반과 사진, 굿즈 등이 들어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타임캡슐 위에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청년의 날에 했던 연설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외국인들을 위해 영상에 영어 자막을 넣었으며, 헤드폰도 비치해뒀다.
박물관 측은 세계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와 타임캡슐을 통해 BTS 음악이 세계인들에게 주는 감동과 울림을 경험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멤버들이 초상권도 허락해줘서 연설 영상도 같이 넣게 됐다”며 “8분 정도 되는 영상인데, 메시지가 너무 좋다. 청년들을 대표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류 열풍을 넘어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겪게 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인 청년 시절도 회상해볼 수 있다. K팝의 역사를 새로 쓴 방탄소년단이 타임캡슐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하게 돼 더욱 뜻깊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말부터 관람객들이 많아질 것 같고, 수능이 끝나고 난 뒤 학생들도 많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방탄소년단 타임캡슐은 상설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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