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비밀 노트]좀비 에세이 펴낸 정명섭 소설가
‘폐쇄구역 서울’ 등 좀비소설 9편 내
“코로나 같은 재앙이 좀비들 깨워… 韓좀비들, 전문 연기지도도 받아”
최근 에세이 ‘날 살린 좀비’(연두)를 출간한 정명섭 소설가(48·사진)는 ‘좀비 덕후’다. 2000년대 중반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을 우연히 보고 좀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2011년 전업 작가를 선언한 뒤 출판사로부터 연거푸 기고를 거절당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좀비 영상을 찾아보며 비참한 현실을 잊으려 했다. 좀비에 빠진 덕일까. 그는 2012년 좀비가 우글대는 서울을 그린 장편소설 ‘폐쇄구역 서울’(네오픽션)을 시작으로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을 9편 출간했다. 영화 ‘부산행’(2016년)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019년)이 인기를 끌며 그는 각종 리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죽이는 좀비가 나를 살렸다”고 말한다. 그를 전화로 만났다.
―좀비란 무엇인가.
“우리가 아는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시체들이 좀비가 돼 일어나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인간도 죽었다가 좀비가 돼 일어나는 좀비의 전형을 만들었다. 최근엔 좀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과 연애도 하고 우주복을 입기도 한다.”
―좀비가 대중문화에서 인기 있는 소재가 됐는데.
“인간 문명에 대한 불신과 공포심이 좀비물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디스토피아를 다루기에 좀비물만 한 소재가 없지 않나. 특히 코로나19 같은 재앙 때문에 우리의 삶과 미래가 예측 불가능해졌다. 하루아침에 삶이 붕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우리 안에 있는 좀비를 깨운 것이다.”
―한국 좀비물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좀비물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이젠 선진국이 됐다. 그 배경엔 좀비 연기자들의 노력이 있다. 한국 좀비들은 꿈틀거리는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안무가에게 전문적인 연기 지도를 받는다. 좀비 역만 전문적으로 하는 연기자도 늘고 있다. 연기자들이 탄탄해 어떤 좀비물이 나오더라도 성공한다.”
―좀비물이 앞으로도 인기를 끌까.
“좀비가 나타나면 인간 문명은 멸망한다. ‘세상이 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 아닌가. 대중문화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만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질수록 좀비물은 더 각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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