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1인 출판사 대표에게 다음 기회에 출판사 사무실에 방문해도 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날 자신이 일하는 곳 근처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순 있지만 손님을 초대할 사무실은 없다는 것. 그는 저자 섭외나 원고 정리는 스스로 직접 하고 편집, 디자인, 제작은 외주를 이용하기 때문에 직원을 뽑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매출이 많지 않지만 사무실 임차나 직원 고용에 드는 비용이 없어 수익이 나쁘진 않다”며 “대형 출판사 편집자로 일할 때보다 내가 원하는 책을 기획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책은 중형 출판사 발행인이자 출판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자신의 출판 창업의 노하우를 담아 펴낸 출판 안내서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출판계는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출판 업무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사업상 타격이 적었고,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것. 이제는 누구나 1인 출판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열었다.
저자는 신생 출판사는 이제 종이책에만 의존하는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만 팔아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 그는 특히 책이 지닌 지식재산권(IP)을 영상화, 게임화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예로 드는 건 일본의 대형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고단샤는 20년 전보다 종이책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IP로 얻은 부가 수익으로 전체 사업이익은 늘어났다고 한다. 대형 출판사도 변하는 시기에 신생 출판사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저자는 편집자나 작가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출판 기획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1명의 작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아 이야기를 나누게 한 뒤 이를 책으로 펴낸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작가 섭외와 원고 수정이 이뤄진다면 출판사의 출장비나 인건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어느 분야나 소규모 사업이 성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만났던 1인 출판사 대표처럼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가지고 출판업에 도전하는 이들을 만나면 출판업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미래가 조금이나마 그려진다. 대형 출판사가 기존 방식을 따르느라 하지 못했던 기획, 작가 섭외에 신생 출판사가 도전한다면 출판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앞으로 우린 어떤 출판사가 펴낸 책을 읽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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