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받은 기세를 몰아 ‘그래미 어워즈’를 겨냥한다.
22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2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최고 귄원의 음악 시상식 ‘제64회 그래미 어워즈’(내년 1월31일) 후보 명단에 노미네이트될 확률이 크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3월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수상이 불발됐으나 후보 지명만으로 큰 의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부터 시상한 이 부문에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로 지명된 건 최초였다. 아울러 미국뿐 아니라 세계 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즈에 한국 대중가수가 후보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지명된 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총 3차례 1위를 차지한 ‘다이너마이트’의 흥행 덕분이었다.
올해는 장르 부문에 해당하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뿐만 아니라, 4대 본상(제너럴 필드)의 유력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가 방탄소년단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발표한 두 번째 영어 싱글 ‘버터(Butter)’가 ‘핫 100’에서 통산 10주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글로벌 히트곡이 됐다.
게다가 ‘퍼미션 투 댄스’, 세계적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 등을 잇달아 핫100 1위에 올리면서 ‘흥행 보증수표’가 됐기 때문이다.
◆‘철옹성’ 그래미, 균열 생길까
아티스트, 작사가, 제작자 등이 속한 음악 전문가 단체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1959년부터 주최해온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에서 최고 귄위를 인정 받는다.
미국이 팝의 본고장인 만큼 세계 대중음악계 시상식의 성지로도 통한다. 축음기의 모양을 딴 트로피가 상징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수상했다.
특히 이번에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비롯 3관왕을 받은 만큼 그래미 어워즈 후보 지명에 유리한 고지를 점량하게 됐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그래미 어워즈’ 전초전으로도 통한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면 미국 3대 대중음악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래미 어워즈가 음악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건, 음악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빌보드 차트가 기반이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대중 투표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미 어워즈는 음반 판매량과 음원차트 순위를 따지기 보다 음반과 곡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특히 음악가가 동료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에 따라 많은 음악가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철옹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화적 사각지대’를 드러나며 여전히 한방향으로 매몰돼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다. 보수적인 미국 대중음악계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다.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류가 아닌 음악에 인색했다. 힙합 등 흑인 음악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백인이 아닌 음악가는 R&B 또는 랩 등 다른 장르 카테고리로 치부돼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작년에 철저하게 배제당한 힙합 가수 제이지, 과거 제이지의 아내인 비욘세가 ‘레모네이드’라는 수작 앨범을 만들었음에도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델에 밀려 주요상을 휩쓸 지 못했던 상황 등이 예다.
대중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뮤지션을 아직 외면하는 인상도 짙다. 캐나다 출신의 R&B 솔 팝스타 더 위켄드가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이변’이 예다.
실제 위켄드는 지난해 초 발매한 정규 4집 ‘애프터 아워스’와 수록곡 ‘블라인딩 라이츠’ 등으로 올해 차트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지난달 출연했다. 그럼에도 위켄드는 그래미 4대 본상은 물론 R&B 등 세부 장르의 어느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대중적인 인기만 보고 표를 던지는 것에 주저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유엔 총회 연설 등 방탄소년단이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영향력이 커지는 등 무게감 있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회원들의 마음도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주최 측이 지난 5월 그래미 어워즈 후보 선정을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비밀 후보 선정 위원회를 없애기로 하면서 방탄소년단 같은 대중적인 팀에 더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물론 변수는 있다.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전문가 투표 없이 대중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했다.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틱톡을 통해 투표를 해 Z세대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그래미 회원들이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한편에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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