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든 유튜브에서든 온갖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러나 조리법뿐 아니라 식재료의 연원과 획득, 명칭에 대한 역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음식 공부는 아직 낯설다. 먹고 즐기는 음식인데 뭐 그리 심각하냐고 쏘아붙이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음식 사학자인 저자의 연구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저자는 라면, 아이스크림, 잡채, 전어 등 언뜻 별 맥락이 없어 보이는 12가지 메뉴들을 통해 음식을 올바로 탐구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문화인류학의 ‘총체적 관점’을 중심에 놓고 있다. 이는 한 대상을 연구할 때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요소들이 무엇이고,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규명하려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음식의 탄생과 변천에는 이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적 배경이 두루 깔려 있다는 것.
예컨대 이 시각으로 보면 ‘가을은 전어철’이라는 상식도 20세기 이후 통용됐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전어를 산란기인 4∼6월에 주로 즐겼다. 전어는 산란을 마친 후 살이 잔뜩 차오르는 가을에 가장 맛이 좋은데 이보다 일찍 잡은 건 왜일까. 저자는 산업화 이전 어로 기술의 한계를 이유로 든다. 근해에서 산란을 마친 전어는 먼바다로 나가는데 동력선이 없던 조선 어부들은 이를 뒤쫓아 나가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옛 음식 기록에서 사실 왜곡의 가능성 등 다양한 연구 꿀팁이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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