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의 콰지모도부터 지킬박사, 레베카까지
기괴한 외모나 광기 넘치는 주인공이 뮤지컬 관객 압도
미치고 추해야 빛난다?
최근 주요 대형 뮤지컬에서 관객을 유혹하는 독보적 캐릭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이 빼어난 외모나 선한 캐릭터를 앞세운다면, 뮤지컬 속 주인공들은 비참할 정도로 추한 외모나 광기 넘치는 성격을 지녔다. 기괴한 매력을 뿜어내는 주인공들의 노래는 오히려 관객 마음의 문을 좀 더 능숙하게 열어젖힌다.
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추남 캐릭터의 대명사로 꼽힌다. 이 배역의 배우는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온종일 무대를 누빈다. 의상 한쪽 어깨에 솜으로 된 보형물을 넣고, 공연 내내 구부정한 자세로 연기한다. 목을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와 절규도 그를 상징한다. 마치 일그러진 안면근육에 안간힘을 쓰듯 힘겹게 노래한다. 검게 썩은 이빨, 휘어진 코, 멍이 든 듯한 눈 분장도 몰입감을 더한다.
내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주인공 지킬 박사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중적 인물이다. 자신의 몸에 약물을 주입해 숨겨왔던 또 다른 자아 ‘하이드’로 변신한다. 이번 시즌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이 선보이는 이 배역은 분장부터 목소리,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특히 무대 조명 변화에 따라 순간적으로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는 짜릿함을 전한다.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무대를 활보하는 욕망에 지배받는 범죄자 ‘하이드’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년 2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괴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앙리 뒤프레’는 1막 후반부터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피조물 ‘괴물’로 변신한다. 사회에서 버려지고, 핍박당한 괴물은 자신의 탄생을 저주하면서도 직접 겪은 상처를 창조주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 더 날카롭고 잔인해진다. 좀비처럼 흐느적대는 동작 연기는 기본. 지하를 뚫고 내려갈 듯한 저음부터 고음역대 넘버까지 소화하고 괴성, 절규로 원망섞인 감성을 표현한다. 음역대 폭이 넓은 만큼 배우들 사이서도 힘든 작품으로 꼽힌다. 주역 배우들이 연습 때 “죽고 싶은 심정”이라거나 “샤워하다 울었다”는 등 후기가 회자될 정도다. 이번 시즌 박은태 카이 정택운이 이를 소화한다.
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영국을 광기로 몰아넣은 살인마 이야기를 다룬다. 19세기 후반 벌어졌던 실제 연쇄 사건을 토대로 제작한 동명의 체코 뮤지컬을 각색했다.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이 맡는 살인마 ‘잭’ 배역은 인간의 잔인하고 어두운 면모를 다각도로 표현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에는 광기 넘치는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 ‘댄버스 부인’이 등장한다. 집착과 광기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 인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독성 있는 고음역대의 넘버와 섬뜩한 눈빛, 표정 등이 그의 광기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영숙과 옥주현이 배역을 맡는다.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이동섭 작가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처럼 광기, 추함을 내세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국내 뮤지컬 초창기부터 흥행하자 이 성공 공식을 따르는 작품이 늘었다”며 “현장성이 강한 공연에서 관객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더 독특하고 더 센 캐릭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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