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1일 열독률 중심의 새 정부광고 집행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열독률 조사 방식에 무가지(무료 신문) 양산 등 부작용이 있고, 다른 지표들도 광고 효과와 무관한 것들을 나열해 정부가 주요 미디어 정책을 성급히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가지 교란에 지역매체는 파악조차 어려워
황희 문체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사의 열독률, 언론중재 건수, 자율심의 여부 등을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열독률은 일정 기간 이용자가 읽은 특정 매체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 문체부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19세 이상 5만 명을 대상으로 열독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열독률 지표는 이달 말 공개된다.
열독률 조사는 판매 부수가 아닌 신문 이용자에 대한 조사여서 일부 신문사가 열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가지를 배포하는 등의 교란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올 10월 전국 5만 명 대상 열독률 조사 초기에 중앙일보와 매일경제신문 등이 지하철역 등에서 무가지를 배포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문체부는 무가지 교란행위에 대해 “어떤 경로로 신문을 읽었는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열독률 조사에서 무가지 배포로 왜곡된 열독률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가 어렵다. 또 열독률 조사에서 이용자 답변은 기억에 의존하기에 검증도 어렵다. 이용자가 의도를 갖고 특정 매체를 읽지도 않았는데 읽었다고 답하는 등의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5만 명을 대상으로 열독률을 조사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지역 중소 신문은 파악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 매체의 경우 가점을 줘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매체 영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
열독률 조사 대상도 문제다. 표본조사 방식의 한계로 가구만 조사하고 영업장은 조사하지 않는다. 현재 신문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이 영업장 구독이다. 영업장 구독 비율이 높은 석간신문의 경우 조사 시 가구 방문시간 등에 따라 실제보다 열독률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
○ 광고효과와 무관한 기준도 포함
이번 정부 개편안에 포함된 사회적 책임 지표 등이 광고효과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는 개편안에서 정부광고 집행기준에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건수, 신문윤리위원회 제재 건수 등도 포함시켰다. 이 지표들은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매체에 불리할 수 있다.
기본 지표로 평가하는 법령 위반, 세금 납부, 4대 보험 가입 등은 일정 규모를 갖춘 매체의 경우 변별력이 없다. 한국신문협회는 “이러한 지표는 언론진흥기금 등 지원 지표로는 타당할 수 있어도 광고 도달률 등의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며 “자칫 정책홍보 효과를 떨어뜨려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겸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어떤 조사방식이든 지표로 활용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매체 영향력 평가가 포함되는 주요 미디어 정책은 이를 감안해 조사설계 등 초기 단계부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문체부의 이번 정책은 올 7월 열독률 도입 계획 발표 후 다소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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