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목소리’ 메르세네스 소사(1935~2009)는 대표곡 ‘삶에 감사하며’(Gracias a La Vida)를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삼성증권 테니스단 감독, 대한테니스협회장 등을 지낸 주원홍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65) 역시 평생을 좋은 선수와 나쁜 선수, 좋은 동작과 나쁜 동작을 가려내는 ‘빛나는 눈’을 무기로 살아온 인물이다. 한국 남녀 테니스 ‘전설’ 이형택(45), 박성희(46)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 게 바로 주 회장의 눈이었다.
이렇게 빼어난 안목이 꼭 테니스 또는 스포츠에만 통하라는 법은 없다. 주 회장은 지도자 시절부터 틈틈이 갤러리는 물론 벼룩시장까지 찾아 마음에 드는 작품을 수집한 미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나 둘 모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최근 경기 부천시 중동에 갤러리 ‘소사’의 문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소사에서 만난 주 회장은 “이제는 행정구역 이름에서 빠졌지만 내가 자랄 때는 이 동네 이름이 부천군 소사읍이었다”면서 “소사는 복숭아로 유명했던 곳이라 갤러리 로고에도 복숭아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육인이 갤러리를 연 건 신문선 전 축구 해설위원(64)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사에 주 회장 개인 소장품만 자리한 건 아니다. 소사는 이날까지 개관 기념으로 신상호, 문수만, 김선태 초대전을 진행했다. 주 회장은 “신상호 선생님은 서양은 물론 아프리카 스타일까지 접목한 도예가이시고, 문수만 작가는 쌀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을 다루며, 김선태 작가는 억겁의 시간과 찰나의 순간을 대비하는 추상화를 그려내는 작가”라고 미술 지식을 자랑했다.
주 회장은 계속해 “해외 스포츠 단체를 방문해 보면 역사적인 장면을 그린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이 없어서 그림으로 남긴 건 아니지 않겠느냐”면서 “우리 스포츠 역사에도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는데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남은 건 전무한 실정이다. 앞으로 그런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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