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성철, 청담 스님 등이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뜻을 모은 ‘봉암사 결사(結社)’는 왜색불교를 청산하고 당시 비구와 대처의 대립 속에서 조계종이 비구 종단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결사는 고려 말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 결사’ 등 한국 불교사의 고비 때마다 일어났다.
내년 4월 개원하는 ‘봉암사 세계명상마을’은 조계종의 선(禪) 수행을 상징하는 경북 문경시 봉암사 인근에 조성되는 대규모 명상 타운이다. 8만4000여 m²(약 2만5410평) 부지에 참선수행과 명상이 가능한 선방을 비롯해 다목적체험관, 리조트형 명상숙소, 참선수행자 전문 숙소 꾸띠(개인 수행처) 등이 들어선다. 세계명상마을 선원장인 각산 스님(61)을 1일 서울 강남구 참불선원에서 만났다.
―명상마을 건립 현황은 어떤가.
“전체적으로 80% 정도 완성됐다. 다목적체험관은 95% 완공된 상태이고 2차로 명상센터와 선방, 수행자 숙소 건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꾸띠는 좀 생소하다.
“부처님 시대 언급되는 ‘숲속의 개인 공간 수행처’를 모델로 하고 있다. 23m²(약 7평) 규모인데 출가자용 50개, 재가자용 120개를 조성 중이다. 부처님은 올바른 수행요소로 7가지를 말씀하셨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탁발의 편리함, 숲속의 독립적인 개인 공간 수행처, 좋은 도반(道伴), 부처님의 법을 나누는 30분의 대화, 개인 체질에 맞는 기후와 음식, 수행을 위한 올바른 (몸의) 자세다.”
―무문관(無門關)과는 어떻게 다른가.
“무문관은 중국의 폐관 수행 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좁은 공간에서 하는 수행법은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한 고수(高手)들이나 가능한 것이다. 부처님 당시는 일주문 내를 무문관으로 삼았고, 티베트 수행자들은 몇 km 떨어진 주변에 돌을 내려놓아 경계석으로 삼아 그 반경에서 자유롭게 산책한다. 꾸띠 반경은 165m²(약 50평)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신개념의 무문관인가.
“부처님 시대부터 전해지는 불교 수행법의 핵심은 내려놓는 방하착(放下着)이다. 여기에는 자율과 평등만 존재하지 전체주의적 요소는 없다.”
―명상마을이 봉암사 옆에 들어서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봉암사는 세계적으로도 귀한 봉쇄수행자 도량이다. 모름지기 좋은 수행처는 좋은 도사(전문가), 환경 좋은 도량, 함께 수행하는 좋은 도반의 3도(三道)를 갖춰야 한다. 봉암사 산자락 인근만큼 좋은 곳이 있겠나? 명상마을은 국민에게 행복을 심어주는 국민선원(國民禪院)이 될 것이다.”
―국민선원은 어떤 의미인가.
“국가와 국민이 없는 종교는 존재할 수 없다. 명상마을은 종교와 국적 등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모든 게 무료로 개방된다.”
―그게 가능한가.
“불교는 가난해서가 아니라, 물질이 넘칠 때 위기를 맞았다. 청빈 무소유의 삶이 불교 번영을 이끈다. 제대로 된 부처님 말씀, 즉 법(法)을 전하고 모범이 되면 보시(布施)는 넘치게 돼 있다. 어른 스님들의 이런 말씀이 있더라. ‘니가 뭐라고 혼자서 불교 걱정하냐. 법이 있으면 논두렁에 지팡이를 꽂아놔도 사람들이 몰린다.’”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나.
“역대 큰스님들이 전승해 온 대승 선불교의 간화선과 부처님 시대의 안반선(安般禪·아나빠나 사띠) 수행법의 통섭(統攝)이 핵심이다. 2박 3일의 대국민 무료참선 템플스테이를 열 계획이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출가 프로그램 ‘대한민국 청년 희망캠프’도 계획 중이다.”
―왜 청년들인가.
“그들에게 꿈과 낭만, 도전정신을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불교를 믿으라는 게 아니라 내면에 등불을 켜서 자신의 인생을 밝히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 되라는 취지다. 자신과 국가를 밝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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