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 2002 부산 아시아경기 음악감독이자 아시아의 대표적 크로스오버 음악가 양방언 씨(61). 거대한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로 대작을 칠해가는 그가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기념음반이자 8집 ‘Light & Shadow’(사진)를 낸 그를 8일 서울 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공연 한 편 보기 어려워진 음악 팬들을 위해 제 첫 라이브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신작의 첫 CD에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연주한 실황을 엄선해 담았다. 인기 곡 ‘Flowers of K’에서는 중동풍 음계를 바탕으로 트럼펫, 색소폰, 태평소가 격렬한 솔로 대결을 펼치는데 마치 말 머리 맞대고 경주하는 세 필의 명마를 보는 듯하다. 대표곡 ‘Frontier’를 변형한 ‘Neo Frontier’는 재즈적 채색이 이채롭다.
양 씨의 비범한 청각적 상상력에는 대자연이 한몫한다. 자택이 위치한 일본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는 해발 1000m의 산악지대.
“코로나19로 집에 머물며 새 취미가 생겼습니다. 드론 조종요. 1000m에서 100m가 더 올라간 시점에서 내려다보며 드론 영상을 찍고 있으면 가슴이 탁 트이죠. 이런 영상에 음악을 더하는 작업도 고민 중이에요.”
두 번째 CD에는 양 씨가 근년에 영상과 게임 분야를 위해 작곡한 음악을 모았다. 게임 ‘명일방주’ ‘산해이문록’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도쿄 패럴림픽 다큐멘터리 ‘WHO I AM’,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 ‘경천사 십층석탑’ 등의 주제곡이나 배경음악이다. 신곡 ‘Meteor∼NORA’는 뇌종양 투병 중인 러시아 팬을 위한 곡.
“‘공각기동대’ 시리즈, 게임 ‘아이온’ 음악을 함께 작업한 러시아 가수 오리가(1970∼2015)의 생일에 제가 고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가상의 축하 메시지를 보냈어요. 같은 날, 생면부지의 러시아 팬 노라가 제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더군요. ‘아이온’의 음악이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요.”
노라의 사연에 감동한 양 씨는 당시 미완의 곡 ‘Meteor’(유성)를 완성해 제목에 그의 이름 노라(NORA)를 붙였다.
데뷔 이래 그는 한중일 3국을 종횡하며 활동했다. 동아시아의 반목과 긴장이 고조된 근년에도 변함없다. 국경을 넘는 문화 사절인 셈이다.
“한번은 중국의 게임 제작사가 저명한 서양 작곡가에게 음악을 맡겼는데 도저히 아시아적 느낌이 살지 않는다며 제게 다시 의뢰를 해왔어요. 그들과 음악적 교감을 하면서 ‘우리의 느낌’이란 표현을 쓰며 아시아는 결국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2년 ‘Frontier’로 국악 퓨전 바람을 일으킨 그는 이날치를 필두로 한 요즘의 젊은 국악 붐에서 새 자극도 받는다.
“이렇게 멋진 전통의 현대화는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로서 저 역시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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