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꿈’ 펴낸 신정근 成大교수
“10년에 걸쳐 사서 시리즈 완간… 오경은 어찌할지 새 숙제 생겨”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로 서구에 성경이 있다면 동양에는 사서(四書)가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맹자의 꿈’(21세기북스)을 펴낸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56·유학대학장·사진)는 “한자가 가득한 사서를 쉽게 전달하고자 시작한 저술이 벌써 10년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교수는 2011년 출간돼 20만 부가 팔린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을 시작으로 중용, 대학 등 동양고전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들을 지난 10년간 내놓았다. 동양고전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신간으로 ‘내 인생의 사서’ 시리즈를 완간한 그를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맹자’는 중국 전국시대를 살아간 맹자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예부터 동아시아의 ‘제왕학 교과서’로 꼽힌다. 신 교수는 7편의 맹자에서 77개의 표제어를 뽑아 그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신 교수가 꼽은 맹자 사상의 핵심은 인의(仁義). 전쟁 같은 폭력적 방식이 아니라 인심을 베풀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부국강병을 추구한 양(梁)나라 혜왕을 만난 맹자는 “마구간에 살찐 말이 있지만 백성들은 먹지 못해 굶주린다. 이는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이라고 일침한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정치가 아니라 백성이 낸 세금으로 일군 성과를 함께 즐기는 이른바 여민해락(與民偕樂)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많은 이에게 조언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맹자는 “잘 자라는 생물도 하루만 햇볕을 쪼이고 열흘 동안 추우면 잘 자라지 못한다(일포십한·一暴十寒)”고 토로한다. 좋은 조언을 해도 이후 신하들이 반대하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였다. 맹자는 모름지기 지도자는 “주변에 끌려가지 않고 자기가 세운 주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왕학의 고전을 다룬 이번 신간이 마침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나와 더 눈길을 끈다. 맹자를 연구하는 전문학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지도자상은 무얼까. 신 교수는 “자신의 비전만 제시할 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여민해락으로 나아가는 길인지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가 빼어난 지도자”라고 했다. 그는 “이번 시리즈를 마치며 동양철학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 같아 홀가분하다”면서도 “사서가 끝났으니 오경(五經)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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