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감독 황동혁)이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지만 마냥 웃을 수만 없을 것 같다. 미국 영화·방송업계가 골든글로브를 보이콧하며 파행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각)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제79회 시상식 후보작과 후보 감독, 배우 등을 공개했다. ‘오징어게임’은 텔레비전 부분 드라마 작품상(Best Television Series, Drama),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부문 후보로 올랐다.
그동안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로 평가돼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올해 후보 발표에서는 홀대를 받았다. 과거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후보 발표를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래퍼 스눕독만이 홀로 섰고 미국 주요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로 생중계 됐다.
영화 매체 ‘데드라인’은 “오늘 발표는 HFPA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꼬집었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할리우드의 반응은 집단적인 침묵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초 HFPA의 부패 의혹이 제기된 후 할리우드는 여전히 이 단체에 회의적이다.
LA 타임즈는 올 2월 HFPA가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6월부터 1년간 회원들에게 지급한 금액만 200만 달러(22억 2000만 원)에 달했다고 전해졌다. 보도에서 일부 회원들은 HFPA가 “공금 사적 이용과 윤리적 실수”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HFPA는 혐의를 부인했다.
게다가 HFPA 회원 중 흑인은 없다는 점이 밝혀지며 인종차별 역시 재조명됐다. 올해 골든글로브는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해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도 배제시켜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LA 타임즈 조사 이후 업계와 HFPA의 관계는 깨졌다. 워너브라더스 등 미국 주요 제작사를 비롯해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할리우드 대형 홍보 대행사 100여 곳이 HFPA를 비판하며 보이콧했다.
하지만 HFPA는 내년 시상식을 어떻게든 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HFPA는 21명의 새 멤버를 추가했으며 그 중 6명은 흑인이다. 또한 수석 다양성 책임자를 선임하고 전미 흑인 지위 향상 협회(NAACP)와 5년간 파트너십도 맺었다.
하지만 그동안 시상식을 생중계했던 미국 방송국 NBC조차 올 5월 내년 시상식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방송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HFPA가 이 난관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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