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스케 감독 “가까운 한국과 다른지점 많아 자극…협업 기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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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드라이브 마이카’ 류스케 감독 인터뷰

류스케 감독
류스케 감독
사랑하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레 아내의 죽음을 맞는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돼 작품을 연출하게 된 가후쿠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만난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두 사람이 서서히 관계를 맺어가며, 상처로 인해 봉인됐던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23일 국내 개봉에 앞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43)을 16일 화상으로 만났다. 감독은 “수상을 비롯해 좋은 평을 받아 같이 고생해주신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피 아워’(2015년), ‘아사코’(2018년), ‘스파이의 아내’(2020년) 등으로 이름을 알려온 감독은 이번 영화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섰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유림 등 한국 배우 및 스태프들과도 협업했다. 그는 “11년 전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심도’를 공동제작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서도 다른 지점들이 있다는 사실이 많은 자극이 됐는데, 이번에 함께 일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영화는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72)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실 프로듀서의 첫 제안은 하루키의 다른 단편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라면 영화로 만들 수 있다’며 역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그려낸다면 영화는 움직임이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자동차가 나온다. 차의 움직임이 인물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했다.

류스케 감독
류스케 감독

주인공 가후쿠는 끝내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며 고통을 마주한다. 이 대사는 하루키의 같은 단편집 내 단편소설 ‘기노’에서 나온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는 대사를 각색한 것이다. 감독은 “가후쿠는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을 과대평가했다”며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자신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타자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또 그걸 깨달아야 타자와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영화는 ‘소통’을 소재로 하지만 ‘말’이 주요 매개체는 아니다. 운전하는 장면에서는 침묵이, 연극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일본어, 한국어, 영어, 수어 등 다양한 언어가 주가 된다.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요.” 영화 말미, 가후쿠에게 수어로 전하는 이 대사는 우리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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