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서 ‘인간미래’ 전
자유 지키려다 체포-가택연금 수난
도발과 저항으로 권력 억압에 맞서
회화-사진-오브제 등 120점 선보여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사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직관적인 작품으로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일 테다. 아이웨이웨이는 서면 인터뷰에서 “예술가에게 정해진 역할은 없다”면서도 “지금 예술은 이미 반은 죽은 상태이고 예술에 관한 이론, 미학, 철학적 사유는 사실 마비 상태에 있다. 인류의 고난과 불안에 대한 예술의 반응이 너무나 미약하다”고 했다.
그의 작품엔 인류가 거쳐 온 역사와 지금도 지나치고 있는 동시대의 문제가 담겼다. 아이웨이웨이는 자유를 지키려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가 됐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당시 당국이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미운털이 박혔다. 그 후론 체포, 가택연금, 구속의 시간을 보냈다. 2011년 탈세 혐의로 비밀리에 구금됐고 2015년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수상한 뒤에야 압수당한 여권을 돌려받고 유럽으로 떠나 해외에 머물고 있다. 현재는 포르투갈에서 지낸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서 작가가 가진 고민이 담겨 있다. 회화부터 설치, 사진, 오브제 등 대표작 120여 점을 볼 수 있다. “나 자신이 바로 국제 이슈다. 내 생명, 내가 처한 상황이 세계적 문제의 일부”라는 아이웨이웨이. 그는 권력의 억압에 도발과 저항으로 맞섰다.
전시장 초입에 놓인 ‘원근법 연구, 1995-2011’(2014년)을 빼놓고는 그를 논할 수 없다. 중국의 톈안먼 광장을 시작으로 미국 백악관, 파리 에펠탑 등 세계 역사적 기념물 앞에서 보란 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린 사진 시리즈다. 그는 이 행위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을 조롱한다. 지난달 문을 연 홍콩 ‘M+ 뮤지엄’이 개관 전시에서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20여 점 중 ‘원근법…’을 홈페이지와 관내 전시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벽면에 부착돼 있는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2015년)은 표현의 자유와 감시를 다룬다. 얼핏 아름다운 금빛 장식 벽지 같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시카메라와 수갑 등이 있다.
권력에 대한 그의 행보가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다. ‘구명조끼 뱀’(2019년)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애통하다. 천장에 매달린 22.5m의 거대한 뱀 형상은 구명조끼 140벌로 만들어졌다.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서 난민들이 벗어두고 간 조끼들이다. 뱀의 꼬리 부분은 아이들의 작은 조끼로 만들었다. 작가는 조끼 주인들의 흔적을 보여줌으로써 잊고 있던 그들의 행방을 묻게 한다. 4월 17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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