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측 “설강화, 명백한 왜곡”…옹호청원도 등장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1시 13분


고(故) 박종철 열사 측이 JTBC 주말극 ‘설강화’는 “명백한 역사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2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설강화는 역사적으로 너무 무책임하고,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며 “기우이길 바랐는데, (드라마를 직접) 보고 나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1987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연행 돼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을 기리는 사단법인이다.

이 사무국장은 “1980년대 안기부는 민주화를 갈망하는 생각만으로도 끌려가 고문 받다 죽으면 어떻게 은폐 될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노출되고, 민주화운동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잡아다 고문해 간첩으로 조작했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기관이었다. 이런 기억이 너무나 명백하고, 피해자들이 아직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드라마가 역사적 고증과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가해자 편을 들어서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안기부 직원 팀장(장승조)이 등장하는 서사가 굉장히 황당했다”고 짚었다. “외국에서 대동강1호라는 간첩을 쫓을 때 동료가 희생 당하면서 간첩을 쫓는 사람이 희생자로 정의된다”며 “안기부 직원을 희생자로 정의하는 건 안기부에 대한 새로운 아이덴티티(정체성)”라고 지적했다.

“북한에 돈을 줘서 야당후보 자문위원을 북으로 납치해 북풍을 조작하는 당시 권력자들의 거래도 나온다”며 “정의를 추구하는 안기부 직원은 이런 부조리한 현실, 국가권력과 언론 또는 국민들로부터 진실을 외면 받는 피해자가 돼 결국 혼자 진실을 꿰뚫고 정의를 구현하는 존재로 미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작진이 “안기부 미화가 아니라 주인공이 오히려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는 형태로 시스템을 비판한 구조”라고 해명한 것도 반박했다. 이 사무국장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간첩) 대동강 1호(정해인)를 숨겨주는 여자대학교 운동권 학생(그룹 ‘블랙핑크’ 지수)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 결국 군대에 끌려간 자신의 오빠를 간첩과 동일시 한다”며 “‘’민주화운동 참여하는 자는 간첩‘이란 당시 국가기관과 안기부 주장은 옳았어’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향해서는 “드라마 처음 시작할 때 ‘사건 배경 모든 것이 실제와 관련 없다’는 자막이 나오지만, 사실과 관련이 있는데 그 자막 하나로 관련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여전히 있는 아픈 역사를 다룰 때는 콘텐츠를 만드는 분이 더한 무게를 갖고 철저히 진실에 기반하고, 가상으로라도 배경을 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로맨스다. ‘SKY 캐슬’(2018~2019) 유현미 작가·조현탁 PD가 뭉쳤다. 지난 3월 원제인 ‘이대기숙사’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가 온라인상에 유출, 민주화운동 폄훼·안기부 직원 캐릭터 미화 의혹을 받았다. 더욱이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 외국인에게 민주화 운동 관련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비영리단체 세계시민선언은 22일 서울서부지법에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9일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하루 만에 청원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했고, 21일 오전 8시 기준 30만명을 넘어섰다. 20일 ‘드라마 설강화 진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옹호 청원 글도 올라왔다. 같은 시간 기준 동의 수 3000명을 넘은 상태다.

작성자는 “1회에서 수호가 경찰 추격에 도주하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잠깐 등장했다. 시위대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고 있었기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역사 왜곡이 아니”라며 “ 2회 예고에서 기숙사 사감이 ‘안기부가 기숙사 전체를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도 안기부 미화가 아닌 오히려 악행을 더 드러낸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설강화는 1987년 겨울 대선정국이 주요 배경”이라며 “수호나 영로가 운동권이라거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부분은 등장인물 설명에도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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