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뻔한 곳보다는 뭔가 특별한 장소를 찾게 됩니다. 좋아하는 이와 단둘이 정다운 시간을 나눌 만한 곳으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도 좋겠지만, 이맘땐 약간 들뜬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솔로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혼밥, 혼술을 하기에도 꽤나 괜찮은 곳이니 말이죠. 단, 술은 좀 하셔야 합니다. 와인은 물론이고 음식 또한 훌륭한 와인바를 소개합니다.
서울 강남구 ‘까사델비노’는 내년이면 오픈한 지 20년이 되지만 여전히 ‘핫’한 곳입니다. 나이 지긋한 분에서 젊은이들까지 와인을 좋아하는 모두의 성지와 같은 곳이지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 사업가, 아이돌, 다양한 분야의 셀럽들이 다녀갑니다.
와인바라고 하지만 와인 레스토랑을 연상하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와인은 다른 주류와 사뭇 달라서 언제나 음식의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무거운 식사는 불편하고, 맛있는 와인과 함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까사델비노’는 매년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두 개의 리본을 받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와인스펙테이터 잡지가 선정하는 ‘레스토랑 와인리스트 어워드’의 ‘베스트 오브 어워드 오브 엑셀런스’, 이탈리아 감베로 로소가 선정하는 ‘톱 이탈리아 레스토랑 어라운드 더 월드’의 ‘베스트 와인바’를 수상하였습니다. 음식의 퀄리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영예입니다.
딱히 코스라고 짜여 있는 것은 없고, 음식은 먹고 싶은 걸 편하게 하나씩 시키면 됩니다. 메뉴는 수시로 바뀌는데 언제나 믿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요새 제공되는 메뉴를 소개해 드리지요. 샐러드부터 들어갑니다. 통으로 구운 로메인에 촉촉하고 부드럽게 저온에서 수비드로 익힌 닭가슴살을 얹은 그릴 샐러드.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 고소하면서도 입맛이 산뜻합니다.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과 함께하기에 좋지요.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계절의 맛, 동치미 소르베를 곁들인 석화를 거쳐 허브버터와 치즈를 얹어 구워 낸 부르고뉴 스타일의 달팽이로 옮겨갑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탱글한 육질이 매력적입니다. 지역을 맞춰서 부르고뉴 샤르도네와 참 잘 어울립니다. 조개로 시원한 국물을 내고 오징어 먹물로 반죽한 쫀득한 라면 면발의 수제 파스타도 좋고, 트러플과 여섯 가지 버섯으로 진하고 풍부한 향을 낸 버섯 크림 파스타도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훈훈한 메뉴지요. 메인으로는 말돈 소금과 와사비를 곁들인 최상급 갈빗살 스테이크를 향이 진하고 보디감 충실한 레드와인과 함께 즐겨줍니다. 늦은 시간에는 해장을 겸해서 따끈하면서도 개운한 특제 해산물 라면을 청해도 좋습니다. 이 집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지요.
어떤 와인을 마실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 최고의 와인바답게 취향에 부합하는 와인이 없을 리 없으니까 말이죠. 테이블도 있고 룸도 있지만 ‘까사델비노’를 제대로 즐기려면 바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이라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ㅁ’자 형태의 바야말로 ‘까사델비노’의 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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