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2년 한국에 사는 젊은 여성 ‘수지’는 대학 선배 ‘위랑’에게 취업 제안을 받는다. 위랑이 설립한 스타트업 ‘비트스페이스’의 직원으로 합류해 달라는 것. 화성 이주자들을 위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회사 설립 취지가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대기업보다 많은 월급을 준다는 달콤한 말에 수지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직장인인 그에게 외계인이 ‘기밀한 용건’을 지니고 찾아오는데…. 어린 시절부터 외계인 만나기를 꿈꿔온 수지에게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하지만 단편소설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는 꿈이 현실이 됐을 때 마냥 행복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은 2019년 데뷔한 1994년생 작가가 쓴 단편소설집이다. 젊은 시각 덕분인지 세 편의 단편에는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질문은 가볍지 않다.
단편 ‘대리자들’은 이제는 인기가 사라진 유명 배우 강도영이 자신을 꼭 빼닮은 가상의 캐릭터로 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영화 제작사는 강도영의 신체를 스캔하고, 목소리를 녹음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캐릭터를 만든다. 강도영의 목소리와 얼굴을 지닌 ‘가짜 강도영’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작품은 기술 발전으로 촉발된 윤리 문제를 파고든다.
단편 ‘문명의 사도’에서는 우주를 지배하는 황제를 대리해 한 행성을 통치하는 집정관 호리타이가 등장한다. 호리타이는 우주를 개척하라는 황제의 명에 따라 새 행성을 찾고, 이곳에 살고 있던 생명체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호리타이는 다른 행성을 침략하는 일이 과연 옳은지 자문한다. 제국주의는 과거에만 존재하고 역사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에필로그 격으로 실은 에세이에서 자신을 ‘책을 몇 권 낸, 출발점에 선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겸손의 표현일 터. 하지만 소설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는 독자들에게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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